일상을 일상답게
“…일상의 사건을 대하는 인간의 반응은 표준화되었다…한없이 지루하거나 시끄러운 미디어가 공동체와 마을, 회사와 학교로 깊숙이 파고들며 우리의 생활을 침범한다. 틀에 박힌 대본을 낭송하고 편집하여 만든 소리가 일상 언어를 뒤틀고, 우리의 말은 포장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부품으로 전락한다. 오늘날에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학원 강사 대신 인간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아이가 자라게 하려면, 두 가지 선택밖에 없는 듯하다. 세상과 단절하여 고립되어 살든가, 여건이 허락된다면 아이를 자퇴시켜 집에서 세심하게 교육하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청중이자 고객, 소비자의 특징인 훈련된 순응이 인간의 내면을 걷잡을 수 없이 잠식한다. 인간 행동의 급격한 표준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반 일리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허택 옮김, 느린걸음 (2000), 22-24
일리치는 일상사건을 대하는 인간 반응의 표준화의 결과 (편리함, 물질적 풍요에 대한) 기대는 커지는 반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낙관적 믿음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사그라졌다고 한탄한다.
표준화를 목표로 설계된 생애 주기는 순응하면 순응한대로 이탈하면 이탈한대로 자신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삶이란 건 한 번 밖에 없는데, 선물처럼 주어진 삶을 내가 설계할 수 있고 그렇게 해도 된다는 꿈 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설계된 경로에서 도태될까 노심초사하는 불안에 감염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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