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레기온에 사로잡힌 남자와 혈루증 앓는 여자 1

BundleE 2019. 12. 17. 11:14

<레기온에 사로잡힌 남자와 혈루증 앓는 여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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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5장은 세 개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선 야이로와 그의 딸은 빼고, 레기온에 사로잡힌 남자와 혈루증에서 치유받은 여자에 집중해 보려한다. 레기온에 사로잡힌 사람은 남성이고 이방인이다. 혈루증 앓았던 사람은 여성이고 유대인이다. 이렇게 보면 대립항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 다 '정과 부정'의 분류에서 ‘부정’에 속한다는 점, 살아있으나 살았다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 자신의 소원을 예수께 직접 고할 수 없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예수를 만나 살아있는 죽음을 끝내고 생명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먼저, 레기온에 사로잡힌 남자를 보자.

5장 1 -5절의 압축적 묘사, 그의 고통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가? 그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무덤들 가운데 거주한다. 무덤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니, 그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의 손과 발에 쇠고랑을 채웠다. 주민들이 위협을 느꼈을까? 어마어마한 힘으로 쇠고랑을 끊고서도 그는 마을로 돌진하지 않았다. 대신 밤낮으로 무덤과 산속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로 자해 했을 뿐이다. 레기온에 사로잡혔으나 그의 희미하게 남은 인간성이 레기온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차라리 죽어서 짐승같은 삶을 끝장내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에서 그는 살아있는 죽음을 살고 있다. 멀리서 예수를 보자마자 이 환장할 “살아있는 죽음”을 끝장낼 단 한 번의 기회가 왔음을 남자는 직감한다. 그러나 막상 예수의 앞에 와서도 그는 자신의 소원을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8절을 보면 예수가 그를 만나자마자 더러운 영에게 나오라고 명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발화되지 못한 이야기를 들으신 것이다. 3-5절, 18-20절은 레기온에 사로잡혔던 남자의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태를 보여준다. 레기온은 남자를 제압하고 소유하고 조종하면서 인간성을 완전히 질식시켜버렸다. 그러나 예수는 그를 레기온에서 해방시켜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회복시키고, 이제 삶과 그것의 의미를 마음껏 누리라고 말씀하신다. 그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발화하는 존재가 된다.

혈루증 앓는 여인으로 가보자.

25절과 26절에서 묘사하는 그녀를 옭아맨 곤경은 절망적이다. 레위기 15:25-30절의 규정은 12년간 혈루증을 앓는 이 여성이 성전에서 기도조차 할 수 없게 하면서 치유에 관련된 모든 합법적 기회를 박탈했다. 모든 사적, 공적 삶을 빼앗긴 그녀도 사회적으로 종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태, 살아있는 죽음을 살고 있다. 이 여인의 놀라운 점은 유대의 상징질서가 자신을 규정하고 가두어 놓은 자리를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율법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행동 정확히 반대의 것을 계획하며,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을 감행한다. 그녀의 불법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점에서 이는 명백히 유대의 상징질서, 법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이다. 역설적으로, 혈루증 여인은 불법적 행위를 통해 사회적 종교적 좌표계에 합법적 자리가 주어지는 존재가 된다. 이는 법이 가진 모순을 드러내는 동시에 법이 정한 테두리를 흐리게 만들고 그것이 지지하는 상징질서를 약화시킨다. 34절 예수께서 “딸아 내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구원의 주도적 행위가 여자 쪽에서 일어났음을 가리킨다.

이를 예수와 또 그를 비난한 바리새인들과 비교해보자. 바리새인들은 지속적으로 합법과 불법의 문제를 들고나와 예수와 그 제자들의 불법성과 부도덕함을 비난한다. 그들은 법을 지킴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자들을 비난함으로써 기존의 상징 질서와 자신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집단이다. 반대로 예수는 공적 사역 기간 내내 유대사회의 상징적 질서에 도전하고 그것을 의도적이고 공개적으로 어기는 방식으로 그것의 기반을 약화켰다. (율)법에 의한 그의 죽음은 (율)법의 허위를 폭로하며 그 질서를 해체하고 하나님의 질서를 선포한다. 이런 점에서 혈루증 여인의 행위는 예수의 일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그녀는 예수와 같은 일을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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