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코람데오닷컴과 성서유니온은 어째서

BundleE 2021. 5. 26. 13:18

2021. 5. 18

코람데오닷컴(이후 코닷)은 2021년 5월 18일 '매일성경 본문해설,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기사에서 청소년 매일성경과 일반 매일성경의 해설 연재를 문제삼았다. 사회학적 관점으로 본문을 해석한 것, 예수의 말씀을 로마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저항으로 보고 예수를 약자의 편에 서 계신 분으로 해석한 것 등을 들어 왜곡된 시각이며, 비판적 시각이 없는 일반 성도에게는 신앙에 혼란을 야기하는 위험한 해석이라고 고신대 신약학 최승락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매일성경에 게재된 사회학적 성서해석이 학계에서 널리 인정된 성서비평방법 중 하나이며 예수를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배경 중 하나가 로마 제국주의라는 것은 유수한 학자들에 의해 이미 충분히 논증되고 입중된 것임을 최승락 교수는 다 아시겠지만(!) "주장의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근거가 검증가능해야 한다며 이 경우 당대의 사회적 상황에 너무 큰 해석의 키를 주고 있다"고 우기면서 본문의 저자가 그런 충분한 근거를 대고 있지 않다고 비난한다. 우연한 기회에 약 1 여년간 매일성경 본문을 집필한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그 작은 지면 안에서 "논증"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일성경은 QT집이지 논문집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예수의 말씀을 이해하려면 당대의 사회, 경제, 정치의 상황을 모두 다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 상식이다. 매일성경이 넘쳐나는 QT 정기간행물 중에서 뛰어난 것은 성서해석에 역사비평적 성과를 반영해 익숙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QT의 영적 해석(개인 신앙)관성을 벗어나 (그나마) 신선한 해석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1.5.25 06:32

코람데오 닷컴은 일주일 후 "성서유니온성교회(매일성경), 지난 3년 간 청어람 후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번 기사는 주로 청어람의 지향과 활동에 관련된 '고발'이었지만 코람데오 닷컴의 기자는 (영리하게도) 2021년 5월 청어람이 공개한 4월 재정보고서를 근거로 이번에는 성서유니온의 대외후원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성서유니온이 청어람을 후원한다는 것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것이냐며 압박했다. 성서유니온은 청어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른 채 후원했다고 답변했고, 코닷은이는 변명이라며 "청어람은 이미 기독교 내 좌익 세력의 첨병처럼 활동하는 단체인데 그런 단체에 매일성경이 지원했다는 것은 거기 동조한다는 이야기와 같다는 것"이라는 합신측 동성애대책위원회 총무의 말을 인용했다. 성서유니온은 후원 지속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 안건은 11-12월에 다시 검토한다. 그 때 충분히 재고할 내용은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2021.5.25 16:08

코닷은 의기양양하게 승리의 기사를 올렸다. "성서유니온선교회는 문제기관의 후원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속한 조치에 감사드리며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말씀의 길을 바르게 걷겠다"고 밝힌 성서유니온선교회와 매일성경의 결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 코닷 편집부"



코닷이 공개한 5월 17일 인터뷰에서 매일성경 편집총괄자는 성경해석에 대해 잘못된 견해가 나간 것을 사과하고, 연재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어른 매일성경에서도 좌성향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해설들이 몇 번 발견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념적인 표현들이 불편함을 주고 오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25일 청어람과 말도 안되게 엮은 기사에 단 일주일 아니 하루의 숙고의 시간도 없이 이례적으로 5월에 후원 중단을 결정했다.



코닷의 기사와 성서유니온의 결정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생겨나는 의문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어째서 성서유니온이 이렇게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어째서 계속 변명과 사과를 해야하며 독자들(혹은 코닷 자신들)의 비판에 기획했던 연재를 중지시키고, 본문 해석을 코닷이 불편하지 않게 고치겠다고 다짐해야 하는지. 청어람에 대한 후원을 중단하는 것은 성서유니온이 해야 했던 조치 중 가장 간단한 것이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급박하게 대단히 사과와 변명까지 하며 고개를 숙였어야 했는지. 이러한 성서유니온의 일련의 결정들이 코닷과 기독교진영에 또 사회 전체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훨씬 더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았는지. 코닷이 뭔 집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번 기회에 자신들이 휘두르는 펜이 이렇게 손쉽게 성서유니온 같은 명망있고 영향력 있는 기독교 단체를 길들일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을 것이고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진보적 기독교 진영들의 연대를 해체하고 고립시키고 축소시키려는 이러한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시도가 2021년 5월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사회 정치적 우경화, 반페미니즘과 백래쉬의 재점화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coram deo, 하나님 앞에서? coram hominibus 인간 앞에서?



성서유니온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말씀의 길을 바르게 걷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며 청어람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나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그 말씀의 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모든 길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성서유니온의 말씀의 길도 독자들을 어디론가 데려갈테니 말이다.



 

여기 우리들의 신학 팟캐스트
팟빵 : podbbang.com/ch/1769565
네이버 오디오클립 : audioclip.naver.com/channels/2453
팟티 : podty.me/cast/194201
iTunes : bit.ly/theoyws

'구독'과 '좋아요'와 '댓글'은 언제나 환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