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걷기 위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가지고 읽기 어려운 많은 본문 중 하나다. 이 비유가 남자들의 세계 그러니까 여행하고, 강도질하고, 때리고, 외면하며 지나가고, 같은 처지의 여행자에게 긍휼한 마음을 가지는 그런 남자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남성의 경험은 보편적 인간 경험으로 제시된다.
혹시라도 세상에 여자 홀로 걸을 수 있는 장소가 설령 있다하더라도 분명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위험하고 고립된 길은 아니다.
Jane Schaberg, Women's Bible Commentary, Westerminster John Knox Press, 1998: 370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이라는 책제목이 떠올랐다. 마음껏 걷고 싶지만 두려움에 포기했던 순간들과 함께.
"보행의 리듬은 생각의 리듬을 낳는다...생각하는 일은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기 보다는 어딘가를 지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보행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21)
여전히 나는 마음껏 걸을 수 없다. 홀로 걷던 길에서 살해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여성에 대한 무작위의 폭력이 존재하는 세상, 알아서 밤길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라 한발짝 떼는데 무한에 가까운 용기가 필요한데, 사람들은 이제 다 괜찮아졌다고 그 두려움은 당신의 과대망상일 뿐이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환장할 노릇 하나 더: Shaberg의 누가복음을 읽고 나니 여기에 한 티스푼이라도 얹을 말(졸업논문을 위해)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하고 슬픈 예감이 밀려온다...주제를 바꿔야 할까...더 늦기전에...?(오래된 발라드 가사들이 소환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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