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성서해석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 하며
2021.8-3-8.31 매주 화요일 여성주의성서해석 두 번째 시즌을 진행했다. 참석자 모두 일상이 분주할텐데도 성실하게 참석해주어서 늘 화면이 가득 찼고, 텍스트도 열심히 읽어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어주었다.
시즌 두 번째만에 성서본문(누가복음)을 직접 다루겠다고 계획한 것은 나에게는 벅찬 일이었음이 금방 드러났다. 성서본문을 거론하기 시작하자 마자 나는 내가 복음서들의 내용과 특징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성서의 위험성은 그거다. 잘 모르는데 안다고 너무 쉽게 착각한다는 것. 그래서 초반에 두세 차례 잘못된 정보를 모임에서 언급했고 끝나고 나서 성서를 찾아보고 등골이 서늘...했다. 성서를 중심으로 설을 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훈련이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끼는 경험이었다.
신학자의 텍스트가 아니라 성서 본문 자체를 비판적으로 읽는 시도여서 마음이 여러 번 쫄렸다. 신실한 신자들에게 성서를 비판적으로 읽는 것이 어떤 갈등을 초래하는지 모르는 바 아니다. 내가 처음 경험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것이 가져오는 유익 역시 생생하다. 다섯 번의 줌 모임으로 우리가 어느 정도의 열매를 거둘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진행자로서의 나는 꽤나 많은 것을 실험하고 배우고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나는 참여자들이 성서를, 설교를, 교회적 텍스트와 컨텍스트를 무조건 수용하는 '착하고 선한' 여성 그리스도인 그만두고 예민하고 때로는 까칠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불편함을 느끼고 그것을 공론화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불편하게 했으면 한다. 그래야 바꿔나갈 수 있을테니까.
사실 많은 분들이 이미 '불편함'을 느껴 이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불편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개인의 문제는 아닌지, 이 불편함이 정당한건지 등등을 확인하고 싶으셨던 터라...나는 그저 여러분의 불편함은 매우 정당합니다. 여러분의 선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이 다른사람의 선자리에서 보이는 풍경과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한데, 다른 것은 전혀 틀린 것이 아니잖아요. 내것이 틀릴까 왜 다를까 의심하고 조바심 내며 소진되지 마시고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공동체에게 말해 주세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모두가 당황하겠지만, 사실 공동체 다른 시선들의 다른 이해가 하나님도 성서도 더 풍부하게 하지 않을까요?
하나의 올바른 해석에 대한 주장은 하나님과 성서를 아주 작은 상자에 우겨넣고 그것을 다룰만한 하고 안전한 것으로 만드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하나님도 성서도 우리가 통제하고 안전하게 굴릴 수 있는 어떤 것일리가 없지 않은가.
진행자로서의 나는 한참 모자라지만, 나의 부족함을 참여자들이 넘치게 채워주었다. 나는 기회가 될 때면 나를 듣는 이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해달라고 그래야 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부탁하지만, 모임을 끝내며 구두로 건네받은 피드백은 모두 다 긍정적이어서...따수운 밤이었다.
정신차리니 9월이다. 이제 졸업을 목표로 논문에 매달려야 한다...졸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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