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자 페미니즘(the Feminism)은 없다. 소문자 페미니즘들(feminisms)만이 있을 뿐이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로즈마리 퍼트넘 통 & 티나 페르난디스 보츠 지음, 김동진 옮김, 학이시습(출판), 2019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는 것 또는 지지한다는 것과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 사이의 간극은 아득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성서를 여성의 관점에서 읽고 해석하고 싶고, 소위 페미니스트 해석학이라는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하면서도 페미니즘에 관해서는 변변한 지식이 없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여성과 남성이 있지 않겠나. 그런 우리들을 위한 좋은 안내서가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1995년과 2000년에 ⟪페미니즘 사상⟫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원서의 다섯 번째 개정판(!)은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로 제목을 바꾸어 출간되었다. 그야말로 다양한 페미니즘의 논지와 차이점과 비판지점들을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1. 자유주의 페미니즘 - 제1 물결, 제2 물결, 제3 물결 2. 급진주의 페미니즘 3.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 4. 미국의 유색인종 페미니즘(들) 5. 전 세계의 유색인종 페미니즘(들): 전 지구, 포스트식민주의, 초국가 페미니즘 6. 정신분석 페미니즘 7. 돌봄 중심 페미니즘 8. 에코 페미니즘 9. 실존주의,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10. 제 3의 물결 페미니즘과 퀴어 페미니즘 (이렇게 10개의 장 미주 뺴고 488페이지)
두껍긴 하지만, 읽기 힘들진 않았다(사실 엄청 재미있었다). 이름만 익숙했던 벨 훅스, 뤼스 이리가레, 줄리아 크리스테바, 시몬느 드 보봐르, 주디스 버틀러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알 수 있고, 각각의 페미니즘의 출발점이 되는 철학 - 이를테면 맑시즘, 정신분석학(프로이드, 라캉), 실존주의(사르트르) -에 대한 설명도 훌륭하다. 종종 느끼는 거지만, 여성의 글쓰기는 이해가 쉽다. 아마도 자신의 경험에 뿌리내린 글쓰기와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또 내가 그 경험을 여러 다른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대문자 페미니즘(the Feminism)은 없다. 소문자 페미니즘들(feminisms)만이 있을 뿐이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 자체가 규정을 거부하고 지속적으로 조정되는 개념이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고정된다는 것은 페미니즘이 기존의 질서로 편입되어 안착했다는 뜻이고 그런 페미니즘은 비판과 저항의 힘을 상실한 상태일 것이다. 또는, 이제 더 이상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필요없는 sex, gender, sexuality를 둘러싼 차별, 혐오, 억압, 배제가 사라진 사회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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