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가는 야곱을 편애했을까?
리브가는 야곱을 편애했을까?
리브가와 이삭의 본문을 읽는 이들은 종종 리브가의 야곱에 대한 편애,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에서의 장자권을 가져간 야곱 그리고 이삭의 장자에 대한 축복을 야곱이 받도록 한 리브가를 불편해한다. 이 모자는 현대의 윤리적 관점으로 볼 때 선을 넘는다는 느낌을 준달까? 그러나 나는 야곱은 몰라도 리브가는 얼마든지 변호할 수 있다.
리브가는 첫 등장부터 남다른 진취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우물에서 만난 아브라함의 종에게 물을 떠주고 그가 데려온 낙타들에게도 익숙하게 물을 길어 마시게 한다. 리브가의 말이나 행동은 소녀가 얼마나 건강하고 적극적인지 보여준다. 리브가를 데리고 바로 떠나려는 아브라함의 종을 어머니와 오빠 라반이 말리며 리브가와 단 열흘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을 때 자신의 미래를 향해 ‘지금 가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리브가다. 리브가는 결국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하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많은 이들이 눈치채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족장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과 달리 참으로 이야기거리가 없다. 이삭과 리브가의 이야기는 실상 리브가의 이야기이며 이삭이 아니라 리브가가 아브라함 언약의 계승자로 활약한다. 이삭은 아브라함의 실패의 이야기(아내를 누이로 속이는 내러티브)를 잇는다.
하나님은 이삭이 아니라 리브가에게 자녀들의 운명과 민족의 운명을 계시하신다. 임신 중에 이 계시를 들은 리브가가 이걸 이삭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물론 말했을 것이다. 다만 이삭은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거나 아니면 하나님의 계시를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가부장제 구조와 관습이라는 이삭의 상식으로는 에서가 아닌 야곱이 장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소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그래서 하나님은 이삭이 아니라 리브가에게 후손과 민족의 운명을 계시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삭은 알아듣지 못할테니까. 리브가가 분명히 야곱이 장자가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삭은 아무도 몰래!! 에서만 불러서 장자권 계승을 공식화하는 축복을 주겠노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이삭이 리브가에게 하나님의 계시를 들었고 리브가가 이 장자권 계승의 공식화 예식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음을 말해준다(야곱이 축복을 받은 사실을 깨닫고 이삭과 에서는 함께 울지만 이삭은 리브가와 야곱에게 분노하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의 계시를 분명 알고 있었다. 다만 따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리브가는 이삭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는 것이 소용없음을 오랜 세월 시도해보면서 알게되었고 그래서 이삭을 속여 야곱에게 장자권 축복을 주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옵션이 된 것이다. 리브가는 이 계획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있고 야곱도 겁을 먹고 있었지만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결연한 태도 견지하며 치밀하게 일을 진행시킨다. 리브가가 남편을 속이고 맏아들을 좌절시키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감행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하나님의 약속이다. 리브가는 평생 하나님의 계시를 마음에 담고 살았고 그의 계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안다. 리브가가 에서를 미워했을까? 그럴리가. 그러나 에서와 야곱을 키우면서 리브가는 아브라함의 계보를 잇는 자로 왜 하나님이 야곱을 선택하셨는지 나름 이해했을 것이고 하나님의 약속이 깨어질 수 없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어머니 리브가는 두 아들 모두를 사랑하지만 하나님의 종 리브가는 그의 약속의 성취를 위해 해야할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삭은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여성들은 역사 안에도 동시대에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성서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의 대의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리브가를 여태껏 알아보지 못했을까? 성서의 여성들에 대한 편견과 남성중심적 독해가 우리의 눈과 귀와 이해력을 한정시키는 때문은 아닐까? 여성주의성서해석은 우리가 까치발을 하고 우리의 인식을 둘러싸고 있는 남성중심적 울타리 너머를 보게해준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우리를 온전하게 자유롭도록 해 줄지도 모른다.
◇
팟빵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69565
네이버 오디오클립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453
iTunes : https://bit.ly/theoyws
'구독'과 '좋아요'는 언제나 좋아요!
#여우신 #여기우리들의신학 #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