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어디서 찾아야 하나
BundleE
2023. 8. 21. 21:33
신학이라는 것이 학문이기만을 고집할 수 있을까? 이것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본질, 인간 관계를 다루며 교회 공동체의 성격과 조직과 운영을 고민하고, 더 나아가 믿는 민족(공동체)의 정체성과 믿는 자들의 공동체가 마땅히 사회에서 해야할 역할을 논한다. 선지자들과 예수와 사도들은 신학의 이러한 공적이고 정치적인 성격을 삶 전체로 증거한다. 그들은 각자 처했던 역사적 맥락과 공동체의 현실, 그리고 개인의 특성에 따라 자기 공동체와 세상을 향해 대단히 다른 색의 의견과 다른 톤의 목소리를 냈고 성서의 저자/편집자(혹은 성령)는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한국에서 신학이라는 영역을 계속 탐구 중인 학생으로 문득 한국 신학계에서 '시대의 목소리'라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신학교에 가보니 신학을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많고, 내노라 하는 세계적 학자들에게 사사한 선생님들도 많은데 어째서 한국 신학의 영역에서 '시대의 목소리'라고 할 만한 것은 이렇게 듣기 힘든지에 대해서 말이다.
'PLAY SAFE'
요즘은 초등학교서 부터 '의대 입시반'이란 것이 있다. 학업 능력이 뛰어나고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 태반의 목표는 '의대 입학'이고 서울대나 연고대의 공대나 이과 진학생들이 학교를 중퇴하거나 졸업한 후에 다시 의대에 들어가는 것도 꽤 흔한 일이 되었다. 학습이라는 면에서 뛰어난 사람들 태반이 의시가 되기 위해 젊음과 열정과 시간을 쏟아붓는 사회는 참으로 이상하다. 미적분을 사랑하고 벡터를 이해하며 물리를 화학을 생명을 공부하며 짜릿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결국은 모두 의사가 되는 트랙으로 들어가 자신을 흥분시키는 영역과는 상관없이 경제적 목표만으로 다 똑같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은 불행하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사회적 존재가 되어 한결같이 일정한 행동유형을 따르고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비사회적, 비정상적이라고 간주될 경우에만 과학적 성격을 획득할 수 있다(124)...그러나 공론 영역 자체인 폴리스는 격정적인 정신으로 충만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자신의 특성을 부각시켜야 했고, 독특한 행위와 업적을 통해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달리 말해 공론 영역은 개성을 위해 준비된 곳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바꿀 수 없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123)"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이 글을 읽으며 문득 모든 아이들을 돈 잘버는 의사(돈이 목적이 아닌 의사도 있음)가 되라고 초등학교때부터 닦달하는 사회와 신학교든 교회든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과 색깔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안전하고 조신하게 행동해야 하는 박사님들과 목사님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같은 곳임을 깨달았다. '순응'하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우리를 냉혹하고 가차없이 길들이고 굴복시킨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먹고사니즘과 코앞으로 다가온 노후가 큰 과제이고 부담인 일인으로 나는 이들을 비판하고 비난할 입장이 전혀 아니다. 그러나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신학과 교회가 우리 사회, 이 세상을 건강한 '신학적'관점으로 해석하고 비판하고 제언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사람이 사람답게, 인간 공동체가 인간 공동체답게 사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전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의사도 직업이 되는 마당에 신학자나 목사라고 직업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고, 당연히 생존과 그를 위한 노동은 '숭고한' 것이지만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개인과 가족의 '생존'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동물과는 다르다는 인간의 독특성, 하나님이 자신의 아들을 주기까지 사랑했다는 인간의 존엄과 인간/교회공동체의 탁월함은 정말이지 어디서 찾아야 하나.
팟빵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69565
네이버 오디오클립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453
iTunes : https://bit.ly/theoy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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