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의 범죄
‘아이히만 재판 최종 판결문' 중에서
“그리고 (마치 피고와 피고의 상관들이 누가 이 세상에 거주할 수 있고 없는지를 결정할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 지구를 유대인 및 수많은 다른 민족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정책을 피고가 지지하고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즉 인류 구성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피고와 이 지구를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교수형에 처해져야 하는 이유, 유일한 이유입니다.”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김선욱 옮김, 한길사, p.382
아렌트는 예루살렘에서 행해진 아이히만 재판의 헛점을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파고든다. 이 법정의 많은 한계와 오류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내놓은 최종 판결문은 울림을 준다. 판결문의 마지막 부분은 아렌트가 유대인 학살의 핵심으로 꼽는 “인류에의 범죄”(인류의 다양성을 말살하고 아리안족 중심으로 유럽을 재편하려는 시도 자체가 인간의 고유한 특성과 지위를 상실하게 하려는 시도라는 면에서)와 상통한다.
“지구를 유대인 및 수많은 다른 민족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정책을 피고가 지지하고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즉 인류 구성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피고와 이 지구를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이 시대를 이 곳에서 살아가는 얼마나 많은 우리가 이런 식의 사고를 가지고 세상을 자기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그런데 그것이 인간성 자체(인간은 모두 다르고, 그 다른 존재들이 모여 인류를 이룬다)를 훼손하는 범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종, 여성, 성소수자, 난민, 이주민, 노인, 어린이..약한 존재들의 생명과 인격이 존재 자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는 인간성을 말살하는 사회라는 것. 우리가 경악해 마지 않는 유대인 학살 범죄는 우리의 일상에서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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