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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부지불식간에 작동하는 상징권력을 명료하게 인식하기

BundleE 2021. 7. 5. 14:48

집나가면 개고생인데 무슨 짓이냐 하겠지만, 가족만큼 한 존재를 숨막히게 하는 관계도 드물다. 얼마전 육아 프로그램에 등장한 부모의 '가스라이팅'도 그렇게 특이한 경우는 아니다. 어떻게 사랑이 사랑의 대상을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는가? 너무 자연스럽게 자신을 준거로 설정하고 그것에 근거해 자식마저도 '평가'하고 '교정'하는 이런 행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물론 설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세상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적합한 자질들을 갖추어 주고자 한다. 그것이 자신의 의무이자 책임이라 믿는다(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러나 세상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기 위해 존재를 부정하라고 재촉하면서 그 사랑은 아이들과 어른이 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 지에 대해 부르디외는 이렇게 말한다:

 

"하비투스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가르침은 언어나 의식을 거치지 않고, 사물이나 상황 혹은 일상적 실천의 극히 하찮아 보이는 측면들 속에 새겨진 암시를 통해 전달된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실천의 양식들, 시선이나 몸가짐, 또는 침묵하는 방식이나 말하는 방식(비난의 눈길, 책망하는 분위기, 또는 어조)은 조용하고 암시적이며, 집요하고, 달래는 듯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고 파기하기 어려운 명령을 암고 있다. (청소년의 위기나 부부관계의 위기 같은, 가족 내의 특유한 위기상황에서 명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이 비밀스러운 신호이다. 분노의 격렬함과 그것을 유발한 원인들의 하찮음 간의 외관상 불균형은 별것 아닌 행동이나 말이 위협, 명령, 감시, 독촉, 협박의 진실 속에서 감지된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한 행동이나 말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어떤 분노를 유발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한 채 계속되기 때문에, 더욱 격렬하게 비난받는다.)

 

사물과 사람을 통해 행사되고, 아이들에게 그들의 의무가 무엇인지 말하는 대신에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말해주는, 그리하여 그들이 되어야 할 사람이 되게 하는 암시의 힘은 모든 종류의 상징권력이 효력을 갖기 위한 조건이다. 상징권력은 그것의 존재를 느끼도록 미래 배열된 하비투스 위에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에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명령하지 않아도, 심지어 원하지 않아도, 상황과 그 사람에 대한 정의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한 정의는 확언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더욱 절대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피에르 부르디외 저/김현경 역, 『언어와 상징권력』, 파주: 나남, 2020, 52쪽

 

부르디외는 이러한 하비투스의 형성을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관계에서 그려낸다. 그러나 모든 관계는 권력관계라는 주장을 인정한다면 가족 안에서 작동하는 권력이 그렇게 낯선 개념인가 싶기도 하다. 부르디외는 '상징권력'과 '상징폭력'의 개념을 통해 거의 드러나지 않는, 부지불식간에 작동하는 권력과 폭력을 포착한다. 지배자는 노골적으로 명령하지 않고, 피지배자 쪽에서는 알아서 인정하고 수긍하는 권력과 폭력. 그래서 저항하기 더 어려운. 우리가 그 실체를 좀 더 명료하게 인식한다면 우리 자신과 아이들과 우리보다 더 약한 존재들의 목을 죄는 일은 그만둘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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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숨겼다'... 살기 위해 집 떠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 - BBC News 코리아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국가기관의 연구는 2006년이 마지막이다.

www.b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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