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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들의 신학
광화문 성탄절 연합예배: 스텔라 데이지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본문
우주의 방문객은 지구에 새로운 복음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이 복음에서 예수는 실제로 별 볼일 없는 존재였는데, 그보다 연줄이 좋은 많은 사람들에게 목안의 가시였다. 그럼에도 그는 다른 복음서들에서 그가 말한, 멋지면서도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 말을 모두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날 재미 삼아 그를 십자가에 못박고, 십자가를 땅에 세워두었다. 뒤탈이 있을 리가 없다. 린치를 한 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새로운 복음은 예수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풀이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죽기 직전, 하늘이 열리고 천둥과 번개가 쳤다. 하나님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아래로 울려퍼졌다.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이 부랑아를 아들로 입양하겠으며, 그에게 우주 창조주의 아들이 받을 모든 권한과 특권을 영원토록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했다. 이 순간부터 아무런 연줄 없는 부랑자를 괴롭히는 자는 누구든 무시무시한 벌을 받을 것이다! (커트 보네거트, <제5도살장>, 문학동네, 141)
광화문 연합예배에 다녀왔다. 올해는 스텔라 데이지호 희생자 가족과 연대하는 예배였다. 이 사고에 대한 나의 무지를 깨우치는 귀한 시간이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처럼, 무지는 죄다.) 스텔라 데이지호는 폐선되어야 할 시점을 이미 넘긴 배였다. 이 배가 대서양 한복판에서 선체에 문제가 생겨 침몰한 것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노정된 사건이었다는 뜻이다. 선주들의 계산으로는 자신의 낡은 배가 침몰해서 발생되는 비용보다 이 고철덩이를 이리 저리 최대한 많이 굴리는 것이 남는 장사다. 그들의 계산에 그배에 승선한 선원들의 생명과 삶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들의 생명은 일종의 비용일 뿐이다.
스텔라 데이지호와 같이 폐선 시점을 넘기고도 운항중인 노후 선박이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 30여척, 예견된 사건을 두려워하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승선한 선원들이 천여명.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텔라 데이지호의 사고와 침몰의 원인은 규명되어야 한다. 대서양 한가운데 배와 함께 수몰된 이들, 누군가의 아버지, 아들, 오빠, 형, 동생들의 시신도 수습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돈이 없어 안되고 있단다. 정부에서 예산을 집행해주지도 않고, 예산을 책정하지도 않았단다.
기도를 하면서 생각했다. 아무런 연줄없는 자들의 억울함을 누가 들어줄까? 선거를 앞둔 이들의 머리속은 표계산으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을텐데, 더이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죽은 자들과 한줌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가족들이 이 판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의 요구는 밀리고 밀리고 밀려 2020년 예산책정 0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진실을 밝히고 목숨을 앗아가는 짓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지금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보네거트는 복음서들이 “어떤 사람을 죽이기 전에 반드시 그가 연줄이 시원찮은지 확인해라”를 가르친다고 이죽거린다 (죽은 이들이 유력한 자들이었다면 작금의 행태는 꽤 다른 모습이었으리라는 점에서 보네거트에 동의한다). 새로운 복음: 연줄없고 별 볼 일 없는 예수라는 자를 재미삼아, 뒷탈 걱정 전혀 없이 십자가에 매달았더니 하나님이 이 부랑자를 아들로 입양하시고, 그에게 우주 창조주의 아들이 받을 모든 권한과 특권을 영원히 부여하겠다고 말하신거다. 그리고 말씀하셨다.”이 순간부터 아무런 연줄이 없는 자들을 괴롭히는 자는 누구나 무시무시한 벌을 받을 것이다!” 우리의 주님은 어쩌면 정말 그런 분이 아닐까? 주님, 제발, 아무런 연줄 없어서 별 볼 일 없는 존재라서 소리없이 울부짖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모든 연약한 사람들이 우주 창조주의 아들이 받을 모든 권한과 특권을 영원히 부여받았음을 온 세상이 알도록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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