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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기독교인들이 사도행전에 대해 가진 불편한 마음 본문

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북미 기독교인들이 사도행전에 대해 가진 불편한 마음

BundleE 2021. 12. 25. 16:06
"현대 북미의 주류 개신교 교회의 기독교인들은 사도행전에 관심 없을 뿐 아니라 불편함과 의심으로 바라본다. 이유는?
누가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는 주류 기독교인들의 현대적 관심과 친화적이다. 예수는 취임 연설로 희년의 메시지를 말하고, 해방을 선포하며, 대가없이 치유하고, 그의 사역 안에 여성들과 아웃캐스트들을 포함한다. 이와는 반대로 사도행전은 기독교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 같다.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내러티브는 로마라는 세계 무대에서 끝난다. 바울은 로마 관리들로부터 동정어린 처우를 받는다. 그는 기독교의 선포를 거부하는 유대인들에게 심한 말을 한다. 사도행전의 이런 특징들은 많은 현대의 기독교인들을 민망하게 만들고 그들이 다른 곳에서 피난처를 찾게 한다."
Beverly Roberis Gaventa, “Toward a Theology of Acts: Reading and Rereading”, Interpretation, 42 no 2, 1988: 146-157, 146-147
 
생각지도 않게 북미 기독교인들이 사도행전에 대해 가진 불편한 마음을 알게되었다. 1988년에 쓰여진 글이니까 지금은 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주류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걸 보니 보수적 기독교인을 가리키는 것 같지는 않다.) 이유가 흥미롭다. 사도행전의 기독교 승리주의와 유대인들을 비방하는 등의 특징이 그들을 부끄럽게(embarrassing) 한다는 것이다.

 

가끔 부모님이 출석하는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듣는데, 12월 부터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설교가 진행중이다. 설교자께서 고대 지중해 역사를 짚으면서 알렉산더가 언어를 통일했고, 히브리어 성서를 헬라어로 번역했고(이걸 알렉산더의 공으로 돌리는 데 동의하지 않지만), 알렉산더 사후에 로마가 지중해 세계를 다스리면서 길을 닦고, 육지와 바다 모두에 평화를 가져오면서(설교자께서 알렉산더 사후 네 개의 국가로 분열되어 투쟁했던 헬라인들에 대해 빠뜨리셨다는 점과 팍스로마나가 어떤 평화였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만) 예수님은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나셨고(예수 당시 팔레스타인이 얼마나 불안정했는지, 갈릴리와 이스라엘 전역이 로마에 의해 어떤 수탈을 당했는지, 로마 제국이 이스라엘을 얼마나 잔혹하게 짓밟았는지 역시 제대로 짚어지지 않았지만. 또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난 예수가 왜 십자가형을 당했는지도 패스하셨지만) 그래서 이 모든 것(통일된 언어 - 도시에서만 그런 현상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참견하고 싶고, 예수는 사실 헬라어를 잘 구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도 지적하고 싶지만 -, 번역된 히브리 성서, 잘 닦여진 길, 로마의 평화)을 하나님이 미리 다 준비해 두셔서 기독교가 놀라운 속도로 전 세계에 퍼질 수 있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준비하시고,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예수님을 보내신 것. 그것이 2021년 전 12월 25일이다...뭐 이런 스토리. 하나님의 완벽한 준비 위에서 기독교는 성공할 수 있었다. 그분은 모든 것을 준비하신다. 다만 그 때를 하나님이 정하시는 것이다...기독교 성공 신화, 기독교 긍정주의...하나님을 무한신뢰하면 우리는 성공한다...
 
베벌리 가벤타는 사도행전이 콘젤만 이후 십자가 신학과 대조되는 '승리주의' (신학) 이라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실은 사도행전의 신학을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행전은 그리스도교 교회의 성장과 함께 점증하는 거부와 박해에 대해서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즉 누가가 사도행전에서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내러티브의 전개 가운데 분명히 '십자가의 길'을 여행하는 사도들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가벤타의 사도행전 옹호가 내가 예상한 것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누가 십자가 신학을 좋아하나? 다 승리하는 기독교를 원하는 것 아닌가? 사도행전이 보여주는 교회의 승리와 성장을 부끄러워하고 난감해 하는 신자들이라니. 허..참, 낯설어도 너무 낯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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