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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섬김'이 명예로운 의미였을까? 본문

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언제부터 '섬김'이 명예로운 의미였을까?

BundleE 2021. 12. 25. 16:09
διακονεω, διακονία 섬기다, 섬김은 언제부터 "명예로운" 의미를 띠게 되었을까?
 
διακονεω와 관련된 단어들은 분명 식탁 시중과 관련된다. 식탁 시중을 의미하는 διακονεω는 여성이나 노예와만 관련되어 사용된다. 이 경우 διακονεω, διακονία는 전혀 명예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남성의 의식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여성이나 노예와 관련된 행위나 노동은 '열등한' 것이고 자신이 했을 경우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피해야' 할 어떤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가리키는 행위가 성서에서 엄청 가치있는(명예로운) 것이 된다. 예수는 자신도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서 오셨으니 제자들에게도 섬기는 지도자가 되라고 요구한다. 여성적, 노예적 특성을 나타내던 '섬기다'라는 행위가 그리스도 공동체에서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치있고 영예로운 특성과 행위가 되는 것이다.
 
'섬김'이 명예와 관련된 상징자본으로 거듭나려면 열등, 수치, 굴욕과 직결되는 여성적, 노예적 속성과 결별해야 한다. 그런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트루드 자임은 '섬김'의 남성화masculinization를 말한다. 섬김이 명예로운 것이 되려면 우선 그것은 '남성화'되어야 한다.
 
'섬김'의 남성화가 뭘까? 내가 이해한 대로 적어보자면,
지도자의 중요한 자격 중 하나가 '섬김'이라면 갈릴리에서부터 빈 무덤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변함없이 예수를 섬겼던 여자들 중 한 명이 맛디아 대신 사도로 선출되었어야 할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예수의 수난의 현장에서 도망하고 숨어있던 (섬김을 받던) 사도들이 빈무덤을 목격하고 예수의 부활을 가장 먼저 이해한 여러 (섬기던) 여자 제자들의 증언을 헛소리로 치부했을 때 리더십 전면 교체가 주장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섬기던 여자들이 리더가 되는 대신 남자들이 섬김을 자기 것으로 삼아 리더가 된다. 여자들의 섬김은 남자들의 모범으로 대접받았다. 최고의 예우겠지만 그렇다고 여자들이 지도자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남자들의 손으로 '섬김'이 넘어가자 벌어진 일. 예루살렘 교회가 세워진지 얼마되지 않아 베드로와 사도들은 '말씀의 섬김'과 '식탁의 섬김'을 구분한다. 말씀의 섬김은 남자 사도가 식탁의 섬김은 남자 집사가 맡는다. 그런데 남자 집사님들이 다 설교하고 선교하러 나섰다가 돌맞아 순교하고 그래서 다 도망가고 그 후 식탁의 섬김은 누가 했을까? 식탁의 섬김이 '성만찬'의 주재와 같은 의미가 되었을 때 그것은 남자의 역할이었을까 여자의 역할이었을까? 아니면 상관하지 않았을까?
 
'섬김'이라는 말을 한국 기독교인들은 엄청 폭넓게 쓰던데, 언어학적으로 분석해 그것이 정말 어떤 의미를 감추고 있는지, 그 안에 어떤 젠더적 차별이 숨어 있는지, '섬김'이라는 단어가 가진 상징자본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왜 추구되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해보면 재밌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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