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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들의 신학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를 읽고 본문
지난 2월 2023년의 첫번째 <여성주의성서해석>모임이 열렸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신청해주셔서 조금 일찍 마감했다는 후문인데 열 세명의 멤버들과 이번 여정을 함께 했다. 모임을 진행할 때가 되면 늘 긴장하고 신경이 예민해지지만 언제나 참가자들이 나의 빈 곳을 아름다고 풍성하게 채워주셔서 모임을 마치고 나면 깊은 안도와 함께 ‘이번에도 많이 배웠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다른 경험을 가진, 삶을 다른 관점으로 성찰해 온 이들이 같은 텍스트를 놓고 펼치는 다양한 색과 향의 이야기들은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고 교육적이다.
2023. 3.9(목) 2021년 모임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만남을 가졌다. 방문객으로는 우리가 청어람의 새로운 공간에 처음 공식 손님이 되었다. 우리는 여성, 성평등, 성폭력과 교회, 기독교, 신학과 같은 주제를 넘나 들며 두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뭐라도 해야하나 하는 염려는 기우였다. 내가 말하지 않으니 훨씬 역동적이고 생생하고 재밌었다. 청어람 간사님이 자리를 마무리하는 멘트와 기념사진 찍기를 제안하기 전까지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1박2일 토크도 부족할 것 같았달까? 아쉬워하며 밍기적 짐을 챙기는데 이번 모임의 유일한 남성 참가자인 덕님이 내게 책을 한 권 건네셨다. 덕님의 아내분이 쓰신 책이라고 했다.
덕님은 60대 후반의 남성 목회자시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60대의 남성이 어떻게 이런 페미니즘적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완전히 다른 해석에 어떻게 저 정도로 열려있을 수 있는지였다. 덕님은 모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하셨고 이런 관점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세게’ 말하고 나서 자신을 변명할라치면 덕님은 남자들은 ‘세게’ 말해야 알아 듣는다며 오히려 격려해주셨고, 자신이 성서에서 가졌던 의문이 페미니즘 성서해석에서 풀리는 것이 많다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훌륭한 60대 남성 목회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솔직히 믿겨지지 않았다.
덕님이 선물해주신 책에서 나는 답을 찾았다. 덕님이 어떻게 그렇게 멋진 60대 남성 목회자로 성장, 성숙하실 수 있었는지. 모두 책의 저자 '숙' 덕분이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 뿐 아니라 남편, 가족, 그리고 더 확장된 공동체의 생태계까지 바꾸어 나가는 저자의 서사는 나에게 큰 도전이 되었다. 저자는 ‘모범생, 선교사, 목사의 아내, 세 아이의 엄마, 헌신적 사회복지사’로 살다가 간암투병과 갱년기를 거치며 자신의 삶 전체에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며 길을 만들고 페미니스트 크리스찬, 페미니스트 아내, 페미니스트 엄마로 울고, 웃고, 싸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이 책에 담았는데, 그래서 이 책은 충분히 즐겁고 교육적이다.
서로를 ‘숙’과 ‘덕’이라 부르는 이 크리스챤 부부의 투쟁과 성장은 내 마음 속 깊이 울림을 남겼다. 양혜원 작가의 『교회언니의 페미니즘 수업』의 추천사에서 어느 존경받는 목사님이 “그의 손에는 페미니즘 지도가 들려 있었다. 긴 탐색끝에 당도한 곳은 기독교라는 낯익은 항구였다”라고 쓰신 것을 보고 내 마음 속 어딘가에 결국 기독교와 페미니즘은 양립불가능한 것인지 의심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덕’이라는 실존 인물의 경험과 ‘숙’이라는 여성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교회와 공동체에서 이루어 내고 있는 천지 개벽할 역사를 읽은 후에는 의심은 옅어지고 확신은 두꺼워졌다. 페미니즘은 결코 기독교의 적이 아니며 오히려 페미니즘과 만나면서 기독교와 그리스도인은 진정한 그리스도의 성숙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소망. 우리 그리스도인의 목표가 하나님이 만든 형상대로 참된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 공동체를 그런 인간의 실현이 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기독교와 페미니즘은 하나님의 뜻을 실현을 위해 공모하는 관계이지 절대 적대관계일 수는 없다.
"3장은 자연치유의 길에서 낯선 나를 만나는 이야기다. 나는 목마른 사슴처럼 스스로 공부하며 언어를 찾았다 . 암과 자연치유는 갱년기를 타고 흘러 페미니즘이라는 강과 합류한다. 이제는 몸과 마음도 이전의 내가 아니다. 나와 주변이 달라지고 물살은 점점 거세게 흘러간다."(14)
"날로 몸이 달라지는 숙을 보는 건 내게 큰 기쁨이었다. 숙은 건강해질수록 공부에 가지를 뻗어갔다. 나는 듣기 싫고 불편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이해해보려 해도 어렵고 답답하기만 했다. 다툼이 잦아졌다. 평화롭던 집이 점점 낯설게 변해갔다. 어느날 숙은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새로운 관계로 살든지 아니면 이혼하자고 했다...페미니즘은 아름답게 보이는 그림 속에 감추어진 부조리를 보여주었다.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를 시작으로 나는 스스로 책을 읽으며 토론 모임에도 참여했다. 불편해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내가 숙을 숨막히게 한 걸 깨달을 땐 괴롭고 미안했다.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은 나 같은 사람을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삶'이라고 정리해주었다. 부끄럽고 아팠다."(7-8)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김화숙 지음, 서울; 생각비행,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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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 예스24
“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치유 혁명의 길을 걷다”세 아이의 엄마이자 헌신적인 사회복지사였던 저자는 드센 여자 소리 들을까 봐 ‘조신하게’ 살아왔다. 가족력 있는 B형 간염 보유자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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