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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들의 신학
마녀망상과 코로나 백신 본문
어제 방송된 <세계는 지금>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미국인들에 대해 취재 보도했다. 어떤 사람은 의회(아마도 하원)에 나와 백신 접종을 한 자신의 몸에 쇠붙이가 붙는다고 주장하며 시연했는데...사실 붙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백신을 맞으면 666의 코드가 새겨진다고 주장하는 설교자들이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21세기 그것도 미국과 한국에서 이런 미신과 마술적 이야기가 믿어진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한스 큉의 『그리스도교』를 읽고 있는데, 오늘 오전엔 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미국에서도)에서 대대적으로 자행된 마녀사냥에 관한 파트였다. 큉은 반복해서 "왜 마녀 망상이 생겨났는가?"하고 묻는다. 그리고 이런 저런 가능한 원인들을 내놓는다. 그 중 나는 이 두 가지에 주목했다:
- 남자의 성불능, 불임, 흉작, 가축 전염병, 자연재해, 질병, 사망과 결부된 희생양 사고방식
- 대대적 추방 이후 대상을 잃어버린 유다인에 대한 적개심 대신 등장한 여성에 대한 전반적 적의
이 두 가지는 '희생양'이라는 고리로 묶여있다.
희생양: 불만 해소나 이익 추구 등의 목적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거나 강자에게 이용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공동체(그것이 가족공동체건 마을공동체건 도시공동체건 국가공동체건)에 축적되는 갈등, 불만, 위기, 분노, 공포를 한 무력한 개인, 소수/약자 집단의 탓으로 돌리고 그(들)을 제물 삼아 터질듯 팽배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려는 시도. 이런 시도는 다양한 외관을 입고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실행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희생양 메커니즘이 작동을 인식하지 못해 저항하지 못한다.
"중세 패러다임에서뿐 아니라 종교개혁 패러다임에서도 사람들은 이 악마, 마녀 신앙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죽임을 당한 여성만 최소한 10만명 이상이거니와 이 마녀 재판은 유다인 박해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전쟁에 기인하지 않은 가장 엄청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집단학살을 야기했다. 마녀 재판은 많은 경우 여성이 여성을 밀고했지만 밀고가 접수된 후엔 남자들이 전문가, 신학자, ,법률가, 재판관, 사형 집행인으로서 눈부시게 활약한 누가 뭐라 해도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집단학살이었다. 일반적으로 1775년 가톨릭 지역 켐프텐에서 안나 슈베겔린의 화형이 마자막 마녀 화형으로 간주되었으나, 1786년에도 브란덴 부르크에서 집단 화형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분명히 말해주는 사실: 마녀 망상, 재판, 화형을 근절시킨 것은 종교개혁이 아니라 계몽주의였다." (757)
이전과는 아무리해도 같은 방식으로 인식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믿고 싶고, 전복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성과 젠더에 대한 인식도 바뀔 수 있으리라는 다소 낙천적인 전망을 가지고 살아가려 애쓴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에도 계몽주의 이후의 근대의 세계, 혹은 포스트 근대의 세상에서조차도 전복되었다 믿었던 낡은 옛 패러다임들이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처럼 얼굴을 훅 강타할 때면, 대체 인식의 변화라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비관적이 되기 일쑤다.
인간에겐 합리적 사고보다 주술적이고 마술적 사고가 더 편한지도 모른다. 주술적인 사고는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주니까. 특히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런 경향이 더 짙을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선 유난히 개신교가 그렇다. 분명 역사적 상황에서 이런 경향을 띠게 된 모멘트가 있을텐데, 평양 대부흥이나 80년대 열광주의적 부흥 운동과 관련이 있을까? 일본식민지, 해방, 전쟁, 군사독재로 이어졌던 숨막히는 세상에서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종말론적 묵시사상적 영향일까? 그럼 미국은 왜 저러지?
큉이 '마녀 망상이 왜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는 이유는 어떤 설명으로도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기 어렵게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히 세계와 사건들을 투명하게 이해하고 싶은 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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