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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들의 신학
배우자. 비판적으로 생각하자. 침묵하지 말자. 싸우자. 연대하자. 본문
어제, 2022년 첫 페미니즘 이슈 북클럽 『공포의 텍스트』 가 마무리되었다. 신약전공생이 되고 나서 이 핑계 저 핑계로 멀어졌던 구약성서였다. 정말 오랜만에 구약 성서를 읽자하니 생각보다 장벽이 높았고, 참가하시는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튜터 역할을 맡은 내가 버벅거리니 참가자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구약성서 본문, 트리블의 텍스트 뿐 아니라 다른 독서의 경험과 삶의 경험을 끌어들여 야밤의 대화가 참으로 풍요로워졌던 것이다.
이번 북클럽의 마지막 본문은 사사기 19장에서 시작해 20장, 21장으로 이어지는 복수, 윤간, 사체 훼손, 말도 안되는 내전, 살육, 여성 납치, 강간의 단초가 되는 자기 첩에게 앙심을 품은 레위인과 유대 베들레헴 출신의 한 여인의 이야기였다. 사사기 19, 20, 21장은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다. 제정신으로는 단숨이 읽기도 힘들만큼 여성에 대한, 약자들에 대한 폭력이 난무한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남겨 놓은 저자/편집자들과 이와 같은 끔찍한 이야기가 성서의 정경에서 차지하는 무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러 이야기 거리들이 있지만 그 중 나의 가장 큰 관심은 언제나 이 레위인은 대체 어떤 인간인가 하는 것이다. 그는 단연 주인공이 틀림없다. 이 레위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이 사람이 어떤 유형의 남자들을 대표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름을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내러티브는 이 사건이 어떤 특정하고 특이한 싸이코패스로 인해 야기된 비극이 아니라 비대한 자의식을 가진 남성이 폭력을 휘두르고 자신의 비겁함과 폭력을 정당화하며 그것도 모자라 한 공동체를 순식간에 동족 살해의 아비규환으로 몰고가는지 웅변하는 것 같다. 본문은 그 아비규환의 현실에서 누가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가장 먼저 상실하게 되는지 폭로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전혀 정당화되지 않는다. 화자의 평가도 저자의 평가도 없는 것 같지만, 그래서 어떤 이들은 레위인을 옹호하기 위해 무진장 애쓰기도 하지만 사사기의 본문은 레위인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 것 같다.
레위인은 자신이 당한 혹은 당할 뻔 했던 일을 빌미로 열두지파의 우두머리들을 소환할 수 있는 자다. 그는 자신이 제기하는 문제가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인 척 했지만 독자들은 그가 진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은폐했다는 것을 안다. 그의 첩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벤야민 지파 이전에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우두머리들은 지위를 가진 레위인의 말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고 분노했다. 사실 검증은 없었다. 그러나 이 레위인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우두머리들이 벤냐민 지파의 행위에 분노할 만큼 도덕적인가에 대해 본문은 다시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여자들은 내놓지 않으면서도 약한 지파의 여자들을 뺴앗고 납치강간하도록 계획을 짜면서 자신들이 벤냐민 지파를 위한다고 주장하는 걸 본문은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비대한 자아를 가진 인간이 권력을 차지하고 원할 때마다 마이크를 들고 왜곡된 주장 마저 옳다고 방어할 수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수사를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대중이 호응한다. 사사기 19, 20, 21장이 재현하는 세계는 현실이 된다.
비극을 막을 수 있는 힘, 모든 존재가 사람으로서 자리를 내어받고 사람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힘, 우리의 연대가 그런 힘이 발원지가 되리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함께 다짐한다.
배우자. 비판적으로 생각하자. 침묵하지 말자. 싸우자.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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