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들의 신학

바울과 선물 - 바울의 은혜 해석: 극대화 패턴의 변천 (14)~(16) 본문

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바울과 선물 - 바울의 은혜 해석: 극대화 패턴의 변천 (14)~(16)

BundleE 2020. 4. 14. 13:42

«바울과 선물» - <1부 제3장 바울의 은혜 해석: 극대화 패턴의 변천> (14)

 

*캠벨

 

캠벨에게는 비순환성이 중요한 연구의 주제다. 그는 조건적 구원과 무조건적 구원을 구조적으로 구분하고자 하는데, 이 구분은 은혜에대한 명확한 정의를 요청한다. 조건적 구원론은 인간의 공로와 상관없는 하나님의 행위에서 시작될 수 있다(우선성, 비상응성). 그러나 인간의 어떤 응답이 구원의 효력을 일으키거나 완결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면 구원은 “계약적”이다. 반면 무조건적 구원론은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구원이 주어지고(비상응성) 구원에 어울리는 응답도 요구하지 않는다(비순환성). 캠벨에 따르면 은혜의 언어는 보통 하나님의 무조건적 행위를 가리키며 조건없는 순수한 선물로서 관련 당사자에게 구원을 전달한다. 인간의 응답이 적절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구원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고, 구원에 있어 어떤 의미를 지닌 것도 아니다. 하나님의 행동은 그 자체로 구원의 유효성을 가지며 불확실성의 요소를 전혀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무조건적 행위(인간의 행위와 배타적 대조)라는 표현은 모든 강조점을 하나님의 행위에만 두며, 이런 맥락에서 캠벨은(마틴처럼)바울의 πίστις Χριστοῦ를 그리스도의 믿음(주격 소유격)으로 이해한다. 캠벨은 칭의 모델(징벌하고 보복하고 강압적으로 정의를 행하시는 하나님)과 묵시 모델(자비로운 하나님)에서의 하나님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바울의 복음이 회복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묵시적이고 자비로운 하나님이 바울이 옹호했던 하나님임을 아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칭의론이 말하는 공의의 하나님은 바울이 로마서에서 반대하고 있는 다른 이들의 견해를 나타낸다면서 흥미롭게도 마르시온과 매우 닮은 주장을 편다. 바클레이는 캠벨의 주장을 은혜에 관한 현대 신학적 담론에서 극대화 경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들면서 은혜 주제에서 논리적 결론과 극단화 경향은 다른 대안적 해석들을 은혜에 관한 부적절한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의들로 간주하면서 수사학적으로 무시해 버린다고 지적한다.

 

«바울과 선물» - <1부 제3장 바울의 은혜 해석: 극대화 패턴의 변천> (15)

 

7.1 새 관점 그 이후

 

*반랜딩햄

 

반랜딩햄은 단 하나의 극대화를 은혜의 특정한 정의로 취하고 그것이 제2성전 유대교 뿐 아니라 바울에게도 결여되어 있음을 찾아낸다. 반랜딩햄이 제시하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현대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은혜는 “하나님이 죄인들을 구원하시고 그들에게 복을 베풀어 주실 때 그 가운데 표명되는 자유롭고 아무 공로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호의”이다. 이 정의는 오직 비상응성 극대화 요소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에게 은혜의 반대 개념은 선행에 대한 보상이며, 은혜와 보상의 대립에 기초해서 제2성전 유대교 문헌과 바울에게서 나타나는 선택과 구원의 구조를 탐구한다. 그리고 성서 시대 이후 유대교 문헌 모든 곳에서 이스라엘의 선택, 족장들의 선택 마저도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 아닌 선행에 대한 보상이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아브라함의 부르심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찾은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필론의 설명이 핵심 사례인데, 아브라함에 선택에 대한 필론의 설명은 반랜딩햄이 보기에 전혀 은혜의 특성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바클레이가 지적하듯, 바울 역시 칭의를 받는 자의 삶에서는 부당하게 주어지는 은혜와 함께 행위에 따른 심판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만약 은혜가 하나의 본질적 극대화에 의해 정의될 경우 바울의 서신에서 은혜를 말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사라진다.

 

**

샌더스 이후 벌어진 격렬하고 혼란스러운 논쟁들은 대체로 “은혜” 용어의 의미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가정과 편견에 기인한다. 어떤 정의가 제시되는 경우에도 그 정의의 역사적, 문화적 뿌리에 대한 검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샌더스는 우선성을 은혜의 가장 중요한 성질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비상응적 은혜를 가리키는 용어를 함께 사용해서 혼란을 야기했고, 이후 논쟁들에서 사용된 용어들의 모호함도 논의의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예를 들어, 값없는 은혜라고 말할 때, ‘값없는’이라는 말은 수혜자의 앞선 조건을 상관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그 조건의 의무를 지지않는 것인가 혹은 그 조건에 의무를 지우지 않는 것인가? 무조건적이라는 말은 앞선 조건이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후속적 의무가 없다는 것인가?

 

«바울과 선물» - <1부 제3장 바울의 은혜 해석: 극대화 패턴의 변천> (16)

 

7.2 알랭 바디우

 

바디우는 세계화된 자본주의의 거짓된 보편주의와 다양한 형태의 정체성 정책에 반발하면서 어떻게 바울이 그 기원이나 지평에 있어 어떤 전체주의적 사회집단에도 제한받지 않는 형태의 보편주의를 고안해내고 있는지 탐구한다. 바디우는 이 보편주의가 사회문화적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차이를 연결하고 관통하면서 모두에게 전해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바디우의 철학과 그의 바울 해석의 핵심은 역사를 파열시키는 사건 개념으로서의 그리스도의 부활인데, 이 부활은 급진적인 새로운 출발점을 구성하며, 이 사건의 결과로 새로운 인간 주체(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에 오직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존재, 갈2:20)가 형성된다. 현실에 균열을 일으키는 이 사건은 특수한 문화적, 역사적 정황 가운데 발생했지만, 그 정황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앞선 원인이나 이유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즉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조건이나 특성에 제한받지 않으므로 보편적이다.. 바디우에게 이 사건은 전적으로 특이한 사건인 동시에 모두를 위한 사건이며 기존의 모든 공동체에서 제외되는 사건이므로 결과적으로 모든 배타주의에서 분리된다. 바디우가 바울에게서 찾아내는 보편주의는 보편성을 가장한 패권주의적 배타주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차이들을 보존하고 연결한다. 바디우는 “그 사건으로 재형성된 자들이 선언하는 진리는 문화적, 역사적 특수성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며 단지 그것들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바울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모습이 될 수 있었고, 바울이 회심시킨 개종자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과 사회적 지위에 남아있으면서도 그것들에 의지하기 보다는 “진리”에 충실할 수 있었다. 바울이 만든 그리스도 공동체가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육체에 있어서도 영에 있어서도 영원히 “변화”의 상태로 살아간다.

 

정당한 보수없이 법을 추월하는 은혜는 하나님에 관한 보편적이고 비합법적인 이해를 통해 해당 주체의 모든 특정한 통합이나 전체주의적 통합을 해체시킨다.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것과 원인이 없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 연계가 존재하는데, 원인없이 존재하는 것을 따를 때에만 모두에게 해당하는 무언가가 존재하게 되고, 완전히 대가없이 주어지는 것만이 모두에게 전달될 수 있다. 바디우는 초충만성과 비상응성의 은혜 극대화들을 바울 사상의 핵심에서 발견한다. 바디우는 초충만성이 일반적인 사고나 관습의 규칙과 어긋나는 과잉의 개념을 의미하며, 너무 과도한 은혜는 단순히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은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고 미리 알 수도 없는 무엇, 한 인간을 다른 인간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미리 형성된 경계선과 특수성을 가로지는 어떤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은혜의 과잉이 신실한 자들의 공동체를 포함한 그 어떤 공동체에도 국한될 수 없는 실존, 한 곳에 매이지 않는 유목민과 같은 실존을 가능케 한다. 이런 의미에서 초충만성은 은혜의 비상응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바디우는 바울의 보편주의적 선교 사명의 열쇠가 바로 자격이나 가치에 의해 제약을 받지 않는 복음이라고 말한다. 바울에 대한 신학적 해석이 바울 개인 혹은 신자 개인에게 편중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바디우의 바울 해석은 바울이 행한 보편적 선교의 뿌리와 바울이 사회, 정치 영역의 실재를 재형성할 수 있게 만든 자원을 발견하게 해준다.

 

여기 우리들의 신학 팟캐스트

팟빵 : podbbang.com/ch/1769565

네이버 오디오클립 : audioclip.naver.com/channels/2453

팟티 : podty.me/cast/194201

iTunes : bit.ly/theoyws

 

'구독'과 '좋아요'와 '댓글'은 언제나 환영해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