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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산과 시온⟫, 존 D. 레벤슨, 홍국평 옮김 본문

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시내산과 시온⟫, 존 D. 레벤슨, 홍국평 옮김

BundleE 2020. 4. 21. 14:16

⟪시내산과 시온⟫, 존 D. 레벤슨, 홍국평 옮김

 

방금 일독을 끝냈다. 아마도 조만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내용을 정리해야겠지만,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먼저 적어둔다.

 

신약 수업에서 리처드 홀슬리의 책을 여러 권 읽고 있는데, 홀슬리가 공들여 세우는 가설은 예수가 활동했던 갈릴리 지역이 예수세미나의 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헬레니즘화된 도시가 아니라 전통적 가치를 가지고 나름의 독립적 생활을 꾸려가던 촌락공동체였다는 것이다(물론 예수 시대에 급격히 파괴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홀슬리는 갈릴리가 하스모니안 왕조 때에야 예루살렘 성전 체제(유다 왕국)로 편입되었고 그 이전까지는 북이스라엘에 속했던 후손들이 살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시온전승이나 왕조신학에 거부감을 느꼈으리라 가정한다. 그들에게는 북이스라엘에서 번성했던 (평등과 해방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모세 전승이 강하게 살아있었고 이 전통이 갈릴리 촌락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민중운동에 독특한 특징을 부여했다는 추론이다.

 

레벤슨은 시내산/모세 전승과 시온/다윗 전승이 전적으로 대립하는 신학이 아니며 시온 전승이 모세 전승에 종속되어 있는 것으로 또 서로 긴장관계에서 서로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레벤슨이 모세 전승과 시온전승을 지리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그리고 대립하는 것으로 보았던 다수 학자들의 의견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왕국의 특징적 의견으로 강조되어온 ‘왕조에 대한 불신’, ‘왕은 백성의 의견을 반영해 예언자가 세우는 것이라는 믿음’(홀슬리는 이렇게 말한다), ‘왕의 자질이 중요하다(무조건 왕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등에 대해 레벤슨은 남 유다의 예언자 아모스와 북왕국의 제사장 아마샤의 갈등을 지적한다. 여기서 북이스라엘 제사장 아마샤는 왕정신학을 대변하며 남 유다의 예언자 아모스는 왕마저도 복종해야 하는 모세전승의 예언자의 권위를 대변한다. 그러니까 통상적 전제와 반대인 것이고 그저 왕정에 자신의 생계가 달려 있던 자들은 왕정신학을 옹호하고 그렇지 않은 일반 백성에게 왕정신학은 대체로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유대 시골 출신의 예언자 미가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바이얼린(Walter Beyerlin)의 연구는 유대 사회에 시내산 전통이 살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레벤슨은 “시내산 전승과 시온 전승 사이에 명백한 구분은 불가능하고 그래서 지리적 분열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인위적(218)”이라고 말한다. 그는 “여기서 충돌하고 있는 것은 지리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다. 유다(남)와 이스라엘(북)의 충돌이 아닌 도시와 지방의 경쟁이다(222)”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묘하게도 다시 홀슬리가 떠오른다. 홀슬리 역시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뚜렷한 갈등은 도시와 촌락사이에서 벌어진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나는 레벤슨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실상 홀슬리가 조명하고 있는 민중 운동의 지도자들 중에는 유대 출신들도 꽤 있었고 또 유대 촌락 민중들의 고단한 삶의 조건 또한 갈릴리 민중의 것과 크게 다를바 없었을테니 말이다. 레벤슨의 주장은 홀슬리의 가정을 수정하게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큰 일관성을 가지게 함으로써 그의 주장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최근에 읽었던 구약신학 관련 서적 중에 단연 최고로 즐거운 독서(공부)였다. 기독교인의 조직신학적 시각에 갇히지 않은 유대인 성서학자가 안내하는 구약은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독교식 구약 읽기에 대한 날카롭고 적절한 지적들이 있었는데 (밑줄을 그었으나...기억은 나지않음...) 속이 시원했다. 가끔 등장하는 랍비 유대교에 대한 부분은 샌더스의 연구도 생각나게 했다. 신약의 율법의 논의가 유대교/유대교의 성서이해에 기반할 때 좀 더 제대로된 방향을 잡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무조건 한 번 더 읽어야겠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번역이 정말 훌륭하다. 이해를 괴롭히는 문장을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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