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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에 대한 무지 본문
*n번방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질문받을 때, 내가 알게된 것은 나의 통찰력의 한계와 가슴팍에 보글 보글 끓고 있는 무엇이 있지만, 그것을 꺼내서 또렷하게 이것이라고 말할 언어의 부재. 오수경 대표의 발제와 응답을 보면서 그렇지, 그래, 맞다...수도 없이 끄덕거리며 들었다.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던 수근거림의 80%가 그녀의 언어를 통해 실체를 얻었다.
오수경 대표의 강의 https://youtu.be/n0whEqP7H0I
강의만큼 농도 짙은 Q&A https://youtu.be/DFYfoh_zhVI
소위 진보진영의 기독교는 이토록 국민적 공분을 사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덕분에 오수경 대표의 존재의 이유가 확실해지기도 했다. 사태를 진단하고 명확한 언어로 정의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기독교 진보진영의 리더가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왜 다들 말을 아끼는가? 나의 경우를 비추어 짐작해보자면 이 사태를 파악하고 진단을 내리고 방향을 제시할 능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터져나오면 우리는 모두 한 마디씩 멋드러지게 거들고 싶지만, 이번 사건은 축적되어 있는 것이 있지 않는 한 쉽사리 입을 뗄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라 다들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학교 친구들과 n번방에 관한 수다를 떨다가 이른 결론은 거기였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자. 우리가 소위 진보적 기독 진영이라 하지만 우리는 기독교내 성문제 사회적 성이슈에 대해 정면으로 직면해 본 적이 없고 사실 큰 고민도 없었음을. 대국민적 분노가 국민청원의 숫자만으로도 증명되는 사건에 대해서조차 우리는 할 말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진보임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당위보다 사태는 실상 훨씬 심각하고 예민하다. 사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아들들을 그리고 소년부와 청소년부의 남학생들을 성 범죄자의 대열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성인들은 일단 알아서 하시길...)하는 조바심이 든다고 털어놨다. 교회 다니는 아들들도 야동을 본다. 다를 것이라 믿으며 눈가리고 아웅은 하지 말자. 그런데 왜 우리는 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설교에서나 소모임에서 나누지 않는가?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 이야기만 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얼마나 한심하고 한가로운가...이 모든 것이 우리가 무식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눈이 돌아가게 바뀌어 가는데 교회 지도자들은 한가롭게 옛날 이야기 우려먹고 계신 꼴이다. 뭐 자기들은 얼마나 달랐던 것처럼. 그래서 우리가 무식하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누구든 모셔다가 좀 배우자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 하자고 말하고 싶다. 일선의 교육 전도사들에게 또 그리스도인 부모들에게 이런 현실에 대한 교회/사회의 가르침과 컨텐츠의 공급은 하루가 급하다.
오수경 대표가 n 번방을 절묘하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유했던 것처럼 사실 나도 n 번방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계층에 상관없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사회가 책임지고 치료해야만 한다. 계급차별, 지역차별, 학력차별, 성차별, 인종차별이 치료에 존재했다면 우리 사회는 함께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n번방의 문제도 비슷한 고리를 가지고 있다. 아직 명료한 언어를 얻지 못했지만 이 방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10대와 20대들의 생각과 행위 저변에 자본주의 언저리에서 생겨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비극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무엇이라도 하지 않는 한 우리의 거룩한 아들과 딸들 또한 감염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난 언제쯤 오수경 대표처럼 말을 찾아낼 수 있을까...?
** 호슬리에 대한 나의 이해는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수업 때 교수님께 레벤슨의 의견을 말씀드렸는데 교수님께서 문제는 “호슬리가 모세/시내전승과 다윗/시온전승을 대립적으로 보고 있는가”라고 말씀하셨다. 호슬리는 그 둘의 대립을 설정하기 보다는 소전승과 대전승이라는 용어를 더 선호하며 민중들 사이에서 구전되던 이야기가 지배 체제의 것이 되기도 하고 지배체제의 것이 민중들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역동을 인정한다. 그의 관심은 민중운동이 터져 나오던 1세기 전후의 팔레스타인에서 그 전승들이 운동에 어떤 힘을 제공했는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그 전승은 모세 전승일 수도 있고 다윗 전승 일수도 있는 것 같다. 누가 이야기를 전유하느냐에 따라서 그 이야기의 성격은 전혀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헤롯 사후(기원전 4년)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한 도적떼의 창궐과 민중운동은 48년 대기근을 거처 점점 그 기세를 더해갔다. 교수님이 그 모든 것이 어디를 향했냐고 질문하셨다. “...” 이스라엘의 멸망. 또 더 나아가 로마의 약화 그리고 멸망의 수순. 피지배계급의 고통은 결코 피지배계급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피는 온 사회를 붉게 물들이고 사회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 나의 일이 아니라고 안도하는 것...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말이다.
***교수님의 강의에서 ‘육우당’이라는 시인을 처음 알게되었다. 1984년 출생, 2006년 사망한 그리스도인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그의 필명은 여섯 친구라는 뜻인데, "술, 담배, 수면제, 파운데이션, 녹차, 묵주가 자신의 여섯 친구" 라고 생각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소돔과 고모라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 이야기
가식적인 십자가를 쥐고 목사들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우리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발악하고
만일 우리가 떨어진다면
예수님이 구해 주시겠지
창녀와 앉은뱅이에게도 사랑을 베푸셨듯이
우리에게도 그 사랑을 보여 주시겠지.
푹신한 솜이불처럼 따뜻한 사랑을
— 육우당, 현실
예수의 이름으로 증오를 불태우고 아득바득 악을 쓰면서 꽃같이 아름답고 연한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들은 집어치우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또 우리 아이들이 함께 생명을 누리며 살 수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생각이라는 것을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여럿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다 좀 슬픈 이야기고, 횡설 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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