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바파유
- 바울과선물
- 피오렌자
- 한스 큉
- 예수
- 기독교페미니즘
- 양혜원
- 신학
- 러셀 서양철학사
- 김선용
- 게르트 타이센
- 돌이 아니라 빵을
- 역사적 예수
- 바울
- 복음주의
- 바울과 선물
- 여기우리들의신학
- 여우신
- 성서해석
- 여성주의성서해석
- 조선희 작가
- 이반일리치
- in memory of her
-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
- 여기 우리들의 신학
- 트랜스젠더와 기독교 신앙
- 크로산
- 청어람
-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 누가복음
- Today
- Total
여기 우리들의 신학
그의 이름은 김필순 본문
용서점이 있다는 것을 안 건 부천에 사는 지인 덕분이었다. 내가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용서점과 카카오톡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나보다. 그곳에서 가끔 톡이 왔다. 눈에 띈 책이라는 리스트를 보다보면 내 눈에 띄는 책들도 꽤 있었지만 부천까지 가기는 좀 부담스러웠다. 어느 날엔가 사람들이 단 댓글을 유심히 봤는데 그게 좀 이상했다. 번호만 다는 것이었다(무례하게스리). 그리고 배웠다. 그렇게 번호를 달아 찜하면 서점 주인장이 따로 보관해 두었다가 모아서 구매를 할 수 있단다. 나는 신중하게 책을 골라 두 번에 걸쳐 2권의 책을 찜했다. 그런데 용서점에서 톡이 왔다. 합쳐서 만원이 조금 넘는 이 두 권의 책을 “원하면” 무료배송 해주시겠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염치불구하고 하루라도 책을 (읽고 싶다기보다는)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며칠 뒤 집 앞에 반가운 택배상자. 사실 책을 받은 것은 한 3, 4주 된 것 같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책장에 고이 꽂아두었던 책 한 권을 빼냈다. ⟪웅크린 말들 - 말해지지 않는 말들의 한恨국어 사전⟫ㅡ 이문영
오늘은 이 책을 버스에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헤드폰도 챙기지 않았는데, 아침 버스는 사람이 많아 목적지를 십 여분 남겨두고야 자리가 났다. 앉자 마자 꺼내 읽은 책. 읽기 시작하자 마자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단숨에 읽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작가가 한 글자 한 글자에 꾹꾹 눌러 담은 사람들의 고단하고 억울한 삶의 이야기가 생생해서 너무 아파서 너무 죄송해서 너무 부끄러워서. 알지 못했으나 알아야 하는 이야기. 알아야 하는 이야기지만 읽어내기에도 너무 아픈 이야기. 그렇지만 우리가 모두 알아야 하는 이야기.
“ 그의 이름은 김필순.
1956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그는 태도가 단정하고 행실이 엄전할 필, 1974년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주어진 도리를 따르며 거스르지 아니할 순. 그해 전자 회사에 취직한 그는 여자가 무엇인지 모를 때부터 여자의 미래를 이름에 새긴 여자.
…
그의 이름은 벌.
그는 벌집에 넣어져 벌이 됐다. 좁은 방에서 벌통의 벌들처럼 뭉쳐지고 엉기었다. 서울행 이튿날 학원 아저씨가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며 회사마다 면접을 보게 했다. 그는 세진전자에서 ‘1분에 1부터 1백까지 쓰는 면접’에 합격했다.
상경 사흘째부터 전자계산기를 조립했다. 한 달 월급으로 6천원을 받았는데 방세가 1만 2천원이었다. 노동자 한 명이 한 달을 일해도 쪽방 월세의 절반밖에 벌지 못했다. 그인 너는 세진전자, 너2는 유광전자, 너3은 진영전자, 너4는 천우사, 방세를 나눠 내는 네 명의 너들이 모두 다른 회사를 다녔다.
매일 아침 가리봉시장(서울시 구로구 우마3길) 주변 벌집에서 벌들이 쏟아져 나왔다. 벌들은 구로공단으로 날아가 온종일 일했다. 미싱을 돌리고 부품을 조립하며 꿀을 딴 뒤 밤늦게 지친 날개를 늘어뜨린 채 벌통으로 돌아왔다.”(73-74)
“검은 매연을 뿜어 대는 한국의 과로한 심장이 구로에 있었다. 굴뚝은 태울 것이 있어야 연기를 뱉었다. 농촌에서 데려온 딸들을 태우며 도시는 굴뚝을 돌렸다.”(75)
열 넷에서 많아봐야 열 여덟에 상경해 한 달 6천원을 받고 삶을 불살라 대한민국의 경제를 돌리던 공순이들은 회사가 감원을 원하면 해고되었고 버스 안내양으로 구로공단 근처 식당 아줌마로 공장 아줌마로 백화점 청소 노동자로 ...
“ 처음부터 구로였다. 다시 구로였고 결국 구로였다. 어려서부터 구로공단에서 일하며 공단을 떠나지 못한 여자들은 고용의 질이 추락 일로인 길만 걸으며 나이를 먹었다. 그는 더는 ‘공순이’도 ‘공장 아줌마’도 아니었다. 구로에서 그렇게, 불리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이젠 그렇게, 라도 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그렇게, 기분 나빴다.”(78-79)
여기 우리들의 신학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 : audioclip.naver.com/channels/2453
팟티 : podty.me/cast/194201
iTunes : bit.ly/theoyws
'구독'과 '좋아요'와 '댓글'은 언제나 환영해요.
'글 > 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전 고용의 세상 (0) | 2020.06.01 |
---|---|
딸아, 너의 믿음 (헤 피스티스 수)이 너를 구원하였다 (0) | 2020.06.01 |
논증의 오류 (0) | 2020.05.19 |
나다움의 회복 (0) | 2020.05.19 |
그런 사람 (0) | 2020.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