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들의 신학

크기에 집착하지 않는 게 어려운 일인가 본문

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크기에 집착하지 않는 게 어려운 일인가

BundleE 2021. 5. 24. 11:26

페미니즘이 난리다. 페미니즘은 전문직 여성들에게 지령을 내려 공적인 매체에 일련의 암호를 심고 이를 통해 남성을 조롱하고 페미니스트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페미니즘은 대한민국 20대 남성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그들의 분노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심각한 갈등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큰 정치적으로 위험한 무엇이다. 페미니즘 conspiracy

 

솔직히 나는 여전히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어떤 실체를 가지고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지도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지난 서울 시장 선거에 페미니즘을 내건 정당이 적어도 세 개 이상이었지만 여전히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내게는 물질감을 가지고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에 비하면 가부장제라던가 남성중심주의는 훨씬 현실감이 있다. 그러니까 그게 뭔지 알겠다는 뜻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이해 수준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남성중심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길러지고 교육받은 내가 한 발을 내딛어 이만큼의 다른 자리에 서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한 걸음을 좌절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작정하고 달려들었었는지도 언급해 둘 필요가 있겠다. 겨우 한 발자욱일 뿐인데도 서는 자리를 바꾸고 나니 이 세상에서 동등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게 "여성"만은 아니라는 현실도 보였다. 섹슈얼리티와 젠더라는 개념 위에 겹겹이 쌓아올려진 위계 안에서 내가 중간 포식자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내가 누군가의 먹이이기를 거부하는 동일한 논리로 다른 존재도 나의 먹이여서는 안되며 섹슈얼리리티와 젠더의 다양성이 수직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놓여서 서로를 보고, 인정하고, 공존하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한 발자욱을 옮기면 내가 비장애인이고 별다른 질병을 앓지 않은 몸을 가지고 있어서 당연하게 여겼던 생활환경과 제도들이 보이고 그렇게 달라진 자리에서 보는 세상의 풍경은 또 함께 바뀐다. (나는 앉아 있는 자리, 누워있는 자리가 아닌 서는 자리라고 말함으로써 내 인식과 경험의 한계를 드러낸다.)

 

남성의 페니스의 크기를 조롱했다는 어느 유통회사의 광고에 비판이 제기되고, 어느 정치인이 그것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사회적인 ‘빅’이슈가 되었다. 반페미 친남성을 표방하는 어느 단체?는 해당 회사의 앞에서 그 광고를 만든 직원(happend to be female)을 해고시키라고 시위까지 한다고 한다.

 

글쎄...한동안 나는 남자들이 여성들의 가슴 크기에 집착한다고 믿어왔다. 내가 보고 자란 문화가 그래서였을까? 어쨋든 드래곤볼에서 그 거북영감?은 여성 등장인물의 비현실적으로 풍만한 가슴에 감동했고 늘 쌍코피가 터지곤 했으니까 그것이 굉장한 의미를 가진다고 막연하면서도 구체적인 유방의 크기에 관한 인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세상의 많은 여성들이 지금도 가슴확대수술이라는 것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나만 유방의 크기에 대해 어떤 의미부여를 받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큰 사이즈의 유방은 '아둔함' '가벼움' '개념없음' '백치미'와 연결된다. 그러니까 가부장제 문화에서 이상화시켰던 여성은 남성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주는 풍만한 유방을 가지는 동시에 그에게 온전히 순종하고 의존하는 여성이다. 그러나 또 다른 흐름의 대중문화가 그리는 그림을 통해 나는 남자들이 이런 여자와 관계를 갖기 원하지만 결혼은 적당한 크기의 유방과 적당한 크기의 뇌를 가진 여성과 하고 싶어한다는 것도 배웠던 것 같다. 문득 실제 남자들이 유방의 크기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가슴을 빤히 쳐다보는 남자들은 여전히 있는 것 같다.

 

여성이 남성의 페니스의 크기에 집착하는가? 변강쇠같은 영화나 성인용 만화들은 남성의 '큰 물건'에 감동하는 여자들을 그린다. 포털 뉴스를 보다보면 '음경확대술'을 권하는 광고도 보게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페니스의 웅장함에 감동하는 여성들의 한결같은 반응이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면 그건 남성에 의해 상상된 여성이지 실제 여성이 아니다. 이건 팔루스 숭배가 이 사회에서 실천되기를 은밀하고도 간절히 바라는 남성중심적 사고를 가진 이들의 환상이자 실패한 신화다. 페니스의 크기에 대한 집착은 소수의 남성들을 제외하고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시지를 잡는 손 모양이 페니스의 크기를 조롱한다는 해석에 대해 "아...누가 그딴 걸 염두에 두고 산단 말인가" 탄식했다. 그렇게 주장하는 남자들은 여자들의 머리 속이 남성 페니스에 대한 관심으로 꽉 차 있어서 뭘 하든, 뭘 말하든 그것에 관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성들이 그래 주기를 바라는 건지 그러지 않길 바라는 건지 헷갈린다. 그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건 내가 일상에서 페니스의 크기를 떠올리는 일은 없겠지만.

 

난 유방의 크기에 우울해하는 여성도 페니스의 크기에 자신감을 상실하는 남성도 없는 그런 상식적인 세상에서 살고 싶은건데,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네. 맴도는 단어들과 잡생각들을 땅으로 끌어내려 그게 대체 무엇인지 보기 위해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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