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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실제 여성들의 삶 들여다보기 본문
팔레스타인에서의 예수 운동은 성평등적인 운동이었으나 초기 그리스도교 선교운동은 빠른 속도로 그리스-로마 문화의 가부장적 질서에 동화되어 '온정적 가부장제'의 특성을 띠게 되었다. 유대교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던 시기 생존을 위해서는 그리스-로마의 주류 문화가 그리스도인 집단을 이질적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했다. 따라서 초기 그리스도교 운동이 로마제국의 patrifamilia를 모델로 삼아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가진 관료적 조직으로 변화한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 타이센의 이러한 주장은 그리스도교의 가부장적 위계질서와 교회 직분에서의 여성 배제, 교회 조직에서의 여성의 주변화를 불가피했던 것으로 정당화한다.
계속되는 고고학적 발굴의 성과와 새롭게 발견된 고대 문헌들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고대의 남성 저자들이 주장하는 이상적 여성의 마땅한 삶과는 전혀 다른 실제 여성들의 삶을 좀 더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고대 남성 저자들의 여성에 대한 진술은 그들이 경험한 현실의 '묘사'가 아니라 그들이 제시하는 여성적 삶의 '규범'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자라면 고로 이렇게 행동하고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지시와 간청이 난무했으나 그런 잔소리쯤 가뿐하게 즈려밟는 센언니들의 이야기가 남성 저자들의 저작 밑에 깊숙이 매장되어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선교운동의 단계를 재구성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이방 그리스도교가 어떤 사회적 단위를 모델로 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학자들은 로마인들이 초기 그리스도교를 종교적 협회로 인식했으리라 여긴다. 협회는 로마 사회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중간 지대를 이룬다. 공적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부유한 여성들에게 협회는 지위불일치를 해소하는 창구가 되었던 것 같다.
로마 사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협회가 있었는데 직업이나 종교나 철학, 취미 등을 매개로 협회가 구성되었다. 유대인들의 회당 생활은 당시의 여느 협회 활동과 유사했다. 직업을 매개로 한 길드의 협회를 예로 들어보면, 이 협회에는 같은 직업을 가진 남, 녀 모두가 회원이 되었고, 모두 협회의 활동에 참여했다. 여성이 지도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종교적 협회의 경우 다양한 계층의 여자와 남자가 동등한 멤버십을 누렸다. (물론 계층이나 신분, 성적으로 배타적인 협회도 있었다.) 아마 그리스도교는 patrifamilia가 아니라 협회를 자신의 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압도적 다수는 노동계층이었으리라 여겨진다. 엄격한 젠더 구별과 젠더 역할을 이상으로 제시하고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중산층 여성들과 달리 노동, 빈곤 계층 여성들은 남자들과 같이 노동을 해야 했다. 남자들이 일하는 곳, 심지어 광산 같은 작업장에서도 여성 노동자의 이름이 발견된다. 이 여성들은 그 직업군이 형성하는 협회에 참여하여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활동했다. 이런 경험을 가진 여성들이 그리스도교 안에서 남자 제자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젠더범주를 넘어서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리스도교가 박해 당하고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고정된 젠더 역할이라는 것이 작동했을리 만무하다. 공동체에 외부로부터의 위기가 닥치면 여, 남의 역할 구분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여성 리더십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초기 그리스도교 선교 운동의 유지와 확산의 중심에는 가정 교회가 있다. 로마사회의 공간 구분에 따르면 집은 사적 영역으로 여성들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공간이다. 가정 교회는 여성들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공간에 자신의 근거를 두고 있었다. 로마 사회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그리스도교의 가정교회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을까? 그 공간은 공식적으로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공간인데 그 곳에 교회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교회의 여성 리더십이 그렇게 드물고 낯선 것이었을까?
고대 그리스와 달리 로마 제국에서는 여성의 재산권을 인정했다. 로마 제국의 상류 계층의 여성들, 부유한 여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상당한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고학을 통해 발견된 명문들은 무시할 수 없는 수의 여성들이 도시에서 통 큰 후원자 역할을 했고, 공적인 호칭과 지위를 얻기도 했음을 말해준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여러 종류의 사업을 통해 큰 재산을 모은 사회의 유력한 존재들이었고 이들은 여러 종류의 사회 단위(시단위나 협회단위)에서 후원자patron였다.
그리스도교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졌거나 부유한 여성들이 어째서 그리스도교에 합류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성령의 감동을 받았다거나 하는 식의 설명 말고 진짜 이유 말이다. 이제 막 생성되는 종교 운동에 합류해 후원자의 역할을 하면서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명예와 수치 사회라는 맥락에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치영역에서는 명예를 획득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초기 그리스도교 운동에서 리더십을 형성하고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남성 지도자들과 더불어 그 운동을 성장시켰고 교회 공동체에서 널리 존경받는 존재들이었다고 상상하는 것이 점점 덜 어려워진다.
<여러 책들을 읽고 적은 것이라 정확한 reference를 쓰기는 어렵다. 부정확한 정보도 있을 수 있다.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쉬슬러 피오렌자의 In Memory of Her, 웨인 믹스의 『1세기 기독교와 도시 문화』, 슈테게만 형제의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 루이제 쇼트로프의 Let the Oppressed Go Free, Dieter Mtternacht & Anders Runesson의 Jesus, The New Testament, Christian Origins: Perspectives, Methods, Meanings의 내용이 뒤섞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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