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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마지막 날들 독회 본문

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예수의 마지막 날들 독회

BundleE 2022. 4. 10. 12:21
돌아보니 나도 고난주간이면 예수의 고난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했었다. 한 번은 『예수는 왜 죽었는가: 신화가 아닌 역사』(문학동네)를 읽었고, 또 다른 한 해에는 존 스토트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정독했다. 영화를 보기도 하고 복음주의 서적을 뒤지기도 하면서 늘 충분히 괴롭지 않은 나를 괴로워하며...그렇게 고난주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젠 그런 격한 감정을 그리워하지 않은 지 꽤 되었고, 교회를 떠나 있다 보니 언제가 고난주간이고 언제가 부활절인지 달력을 손가락으로 짚어야 알게 되는 수준이다.
오늘 청어람 빡센 독해를 신청해서 프랑수아 보봉이라는 학자의 『예수의 마지막 날들』이라는 책을 함께 읽었다. 이번 주중에 나는 아마도 성공회 달력을 보며 다음 주일이 부활절이네 하는 생각을 했는데, 고난 주간이 시작된다는 것은 참여한 분들의 참여 동기를 듣고 깨달았다. 기획을 한 쪽에서야 분명히 교회력을 염두에 두었겠고 참여하신 여러 분들도 그런 기획 의도를 읽으신 듯 하나, 왠지 나만 역사비평적 성서읽기에 대한 지식 보충을 위해 계산적으로 참여한 것 같아 좀 머쓱했다.
윤독이라는 것은 처음 해보고, 4시간짜리 줌 모임에서 책 한권을 완독한다는 것도 무모한 시도처럼 느껴졌으나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중간에 졸음과의 사투가 잠깐! 있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이끔이 선생님께서 "여러분 다 읽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하셔서 놀랐다. 이렇게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고?! 뿌듯하다. 사놓고 꽂아만 두는 책이 쌓여가는 마당에 이렇게 따끈따끈한 신간을 페이지마다 잔뜩 벌려서 읽은 티를 팍팍 낸 뒤 꽂아놓을 수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구먼.
예수의 마지막 날들이라는 주제는 사실 그리스도교인들이나 신학자들만의 관심 주제는 아니다. 끊임없이 이 주제의 책이 출간되고 영화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과 영화는 예수의 마지막 날의 그 극적인 드라마와 격한 감정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늘 어느 정도의 흥행이 보장되는지도 모른다.
신학 출판사가 아니라 프랑스의 저명한 인문학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는 이 책은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끌리고 그래서 더 진지해진다. 작은 책이지만 역사비평적으로 예수 사건을 다루는 것의 ABC를 배울 수 있다. 예수의 수난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1차 문헌들(바울 서신, 사도행전, 수난예고, 복음서의 수난 사화, 정경 외 그리스도교 자료, 유대 자료, 비유대 자료)을 신중하게 조사한다. 예수의 재판에 중요하게 작동했을 1세기 산헤드린의 권한과 법집행 관행, 로마의 법과 집행 관행의 연구의 빛에 이 자료들을 비추어 어떤 자료가 역사적 사실에 가까웠을지 판단하고 역사를 재구성한다.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부터 게세마네 동산에서의 체포, 산헤드린의 재판, 빌라도의 재판, 십자가에서의 죽음, 매장, 빈무덤, 그리고 부활한 예수와의 만남에 대한 기록. 네 복음서의 비교를 통해 각 복음서 기자가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지, 어디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저는 이 책을 대중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썼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눈에 맞춘다. 해도 비평적인 접근을 내려놓지는 않았지요. 대중은 역사가들과 주석가들이 어떤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망설이는지 알 자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지점에서 논쟁들이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그 가운데 제 나름의 결론을 제시하려 했습니다." (17쪽)
나는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 그런지 대중과 역사비평적 성서신학의 거리가 그렇게 먼가라는 생각을 한다(나도 불과 얼마 전 그 대중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생소한 이야기들이지만 일단 들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납득이 되는 그런 질문들과 조사들과 연구들이라는 생각이다. 성서학의 연구가 목회자들에게 외면받고 그래서 평신도들에게는 낯설고 위험하게만 느껴졌던 시대가 막을 내릴 수 있도록 성서학과 대중 사이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이런 류의 책을 국내 학자들도 좀 많이 써주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도 겁 안냈으면 좋겠고. 비기독교 독자들이 이런 주제에 관심있다는 것도 좀 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회와 관련 기관들이 가두리에 모아논 물고기 길들이는데 들이는 돈과 시간의 반에 반에 반만이라도 저변을 넓히는 연구와 출판에 투자하기를 바라고. 신학 후진국에서 탈출...그러면 가능하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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