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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 그뤼버 감독, 말의 무익함 본문

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아이히만, 그뤼버 감독, 말의 무익함

BundleE 2020. 6. 8. 10:33

1961년, 예루살렘, 바트 하미쉬파트(정의의 집)의 아이히만 재판

 

검찰을 위한 유일한 독일인 증인인 개신교 목사 하인리히 그뤼버 감독이 법정에 나왔다. 그는 히틀러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면서도 민족주의적 차원에서는 반대하지 않는, 또 유대인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수적으로도 작고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아렌트는 그가 또 다른 독일(대다수의 독일 국민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의 존재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아이히만의 유죄를 입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고 말한다(아이히만의 유죄 그리고 사형 구형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 이미 결정되어 있었고, 합리적 의심 너머에 있었다고 아렌트는 비판한다). 이 증인과 관련된 인상적인 한 장면 그리고 아렌트의 일침:

 

세르바타 박사는 그뤼버 감독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당신은 그에게 영향을 끼치려고 애써보았습니까? 목사로서 당신은 그의 감정에 호소하고, 그에게 설교하고, 그에게 그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모순된다고 말하기를 시도해 보았습니까?”

 

물론 아주 용감한 이 감독은 그런 종류의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참으로 당혹스러운(또는 황당한) 것이었다.

 

“행동이 말보다 더 효과적이지요.” 또 “말들은 무익했을 겁니다.”

 

그는 그 상황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상투어(cliche)로 말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단순한 말”은 행동이었을 것이며 “말의 무익함”을 시험해보는 것이 성직자의 의무였을 것이다.

 

 

*드디어 이 책을 읽는다.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수업을 신청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도를 했었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 강제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원문(영어)으로 읽기에는 영어실력이 부족하고, 번역본을 읽자니 이해가 안가는 문장이나 오역이 방해가 된다. 그러나 1/3정도의 능선을 넘으면 번역도 좋아지고, 원문으로 읽는 아렌트의 문장도 좀 익숙해져서 속도가 붙는다. 기억하고 싶은 본문들이 아주 많다(당연하지) 그냥...아렌트를 직접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황홀했다. 이번 주는 과제가 7장까지. 다음 주면 15장까지를 다 읽게 된다. 매우 흥분되는 경험이지만 다음 주를 위해 여덟 장은 남겨두고 다음 과제로 총총...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김선욱 옮김, 한길사, 202, 204쪽, 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 Penguin Classics,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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