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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들의 신학
“이방의 왕권은 창조의 우주적 신화적 상징과 연결되기를 갈망했다. 이는 태곳적 신들의 통치에 대한 상징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권은 창조의 신화적 상징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 대신 새로운 역사적 상징인 선택의 상징을 추구한다. 이는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야훼의 은혜의 상징이다” (Y. Kaufmann, 존 레벤슨 ⟪시내산과 시온⟫, 130쪽에서 재인용). 어디서 들었는데 Kaufmann은 유대교에서 아주 중요한 학자라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오류가 있을 수 있다!!), 벨하우젠은 고대 근동의 다신론에서 히브리인들의 일신론적의 차이를 진화(다신론에서 좀더 고등한 일신론으로의 진화)로 설명했다. 이에 반대해 Kaufmann은 다신론에서 일신론으로의 종교적 진화는 불가능하며, 유대교가 주변 종교들에 대해 ..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하나님께서 나누어주신 '본질'(esse)를 현실화하는 것, 잠재태를 현실태로 실현하는 것... 하나님께서 목적하신 사람을 사람답게(좋게) 만드는 본질은 무엇일까? 나의 생각을 사로잡고 있었던 '사람다움'은 대부분 나의 사회적 역할을 둘러싼 의무의 완수와 그로 인한 도덕성 확보였던 것 같다.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죄책감은 아주 빠르게 '사람답지 못함'으로 연결되었다. 꽤 한참동안 나를 사로잡고 있는 이슈 '사람다움과 사람답지 못함'. 자식으로 해야 할 도리, 형제로서 해야 할 도리, 성도로서 해야 할 도리, 학생으로 해야 할 도리, 노동자로서 해야 할 도리, 여성으로 해야 할 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 그리고 점점 좁아져 가는 자유의 영역. 성서 역시 ..
1 주님, 누가 주님의 장막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누가 주님의 거룩한 산에 머물 수 있겠습니까? 2 깨끗한 삶을 사는 사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 마음으로 진실을 말하는 사람, 3 혀를 놀려 남의 허물을 들추지 않는 사람, 친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이웃을 모욕하지 않는 사람, 4 하나님을 업신여기는 자를 경멸하고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5 높은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꾸어 주지 않으며, 무죄한 사람을 해칠세라 뇌물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시편 15편) “시편 15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읽어 내려오면 흥미로운 그림을 보게 된다. 맨 꼭대기에 하나님의 성막이 있고 그 밑에 거룩한 산이 있다.(1절) 그 아래의 넒은 영역에는 ..

-'기독교 윤리' 중간 고사를 위해 제출할 에세이. n번방에 대해 앞의 글들과 중복되는 면이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 이 사건을 신학적으로는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는지에 있어서는 약간의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 올해 가장 충격적 사건 중에 하나라고 하면 n번방을 빼놓을 수 없다. 국민적 공분이 뜨거웠고 이는 가장 많은 수의 동의를 이끌어낸 국민 청원으로 표현되었다. n번방의 운영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자들만이 아니라 그 방에 가입해 돈을 내고 동영상을 본 자들까지도 가해자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으나 이에 맞서는 반대 주장도 제기되면서 우리 사회의 성착취, 성범죄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n번방 운영자들과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10대와 20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n번방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질문받을 때, 내가 알게된 것은 나의 통찰력의 한계와 가슴팍에 보글 보글 끓고 있는 무엇이 있지만, 그것을 꺼내서 또렷하게 이것이라고 말할 언어의 부재. 오수경 대표의 발제와 응답을 보면서 그렇지, 그래, 맞다...수도 없이 끄덕거리며 들었다.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던 수근거림의 80%가 그녀의 언어를 통해 실체를 얻었다. 오수경 대표의 강의 https://youtu.be/n0whEqP7H0I 강의만큼 농도 짙은 Q&A https://youtu.be/DFYfoh_zhVI 소위 진보진영의 기독교는 이토록 국민적 공분을 사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덕분에 오수경 대표의 존재의 이유가 확실해지기도 했다. 사태를 진단하고 명확한 언어로 정의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시내산과 시온⟫, 존 D. 레벤슨, 홍국평 옮김 방금 일독을 끝냈다. 아마도 조만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내용을 정리해야겠지만,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먼저 적어둔다. 신약 수업에서 리처드 홀슬리의 책을 여러 권 읽고 있는데, 홀슬리가 공들여 세우는 가설은 예수가 활동했던 갈릴리 지역이 예수세미나의 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헬레니즘화된 도시가 아니라 전통적 가치를 가지고 나름의 독립적 생활을 꾸려가던 촌락공동체였다는 것이다(물론 예수 시대에 급격히 파괴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홀슬리는 갈릴리가 하스모니안 왕조 때에야 예루살렘 성전 체제(유다 왕국)로 편입되었고 그 이전까지는 북이스라엘에 속했던 후손들이 살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시온전승이나 왕조신학에 거부감을 느꼈으리라 가정한다. 그들에게는 북이스라엘..
자신보다 약한 자를 본능적으로 알아보고 먹이를 포획하고 착취하는 법을 너무 일찍 배워버린 아이들과 뻔하게 들리는 미끼 언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절박한 아이들. n번방이라는 세상에서 한 편은 포식자, 다른 한편은 먹이지만 결국 삶이 파국으로 미끄러져 내린다는 면에서는 같아 보인다. 이 사건을 놓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n번방이라는 곳에 갇혀버린 피해자와 가해자 아이들의 존재를 내가 알고 있었지만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려고 더 이상은 밀려나지 않으려고 자신이 아는 모든 생존의 방식을 동원하며 악을 쓰고 있는 아이들을 애써 외면하며 말걸지 않은 어른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가해자들을 다 색출해 마땅한 벌을 주고, 이런 식의 ..
n번방 사건이라는 것이 터지고, 박사라는 운영자가 구속되고, 그의 신상이 공개되고 포토라인에 서기까지 경악과 분노와 흥분의 상태가 이어졌다. 피해자 중 다수가 미성년 여성이었다는 것과 박사라는 자가 그들에게 요구했다는 엽기적이고 굴욕적이며 파괴적인 행위 몇가지만 듣고도 정신이 아득해졌는데, 이 동영상을 보기 위해 고액의 대가를 치른 수많은 참여자들과 그들이 쏟아낸 비인간적인 욕설들과 환호에 대한 기자의 설명에서는 귀를 막고 싶었다. 여성들은 두려움과 수치에 떨었고 박사라는 인간은 그들을 어떻게 휘두르면 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청소년 뿐 아니라 모든 여성 성범죄에서 “너의 이러 이러한 ‘짓’을 너의 부모에게, 너의 남편에게, 너의 아이들에게, 너의 지인들에게 알리겠다. 그러니 나의 모든 요구에 응해..
이사야 1:4-17 4-9 슬프다(호이)! 로 시작하는 문구는 예언자가 고발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공식이다. 백성들은 죄로 가득하고 허물을 무겁게 짊어진 상태다. 그들이 주님을 버렸고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를 만만하고 소홀히 여겨 그들의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만만히 여기고 소홀히 대한다는 것, 주님을 버렸다는 것은 대체 어떤 상태일까? 우리는 보통 하나님을 떠난다는 말과 교회를 떠난다는 말을 동일시한다. 그러나 10-17의 고발은 우리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백성들은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성전 예배와 안식일과 절기 예배 온갖 종류의 제사(예전)을 열정적으로 엄숙하게 수행했다. 그들은 손을 뻗어 야웨를 찬양했고, 두 손을 모아 야웨께 많은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하나님은 ..
역사적 우연성을 부인하고 '객관성'의 이름으로 삶의 현장 바깥에 서는 사람은 모든 것을 알지 모르나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물음 곧 관심 없이는 아무것도 찾지 못한다. (36쪽) - «악의 상징», 폴 리쾨르, 양명수 옮김, 문학과 지성사 여러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 문장이었다. 가장 강렬한 장면은 얼마전 시청한 에서 신앙과 성경의 가르침에 대해 확신에 차있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던 Mary가 아들을 잃고 나서야 던지게 되는 고통에 찬 질문들...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자막은 없지만). https://youtu.be/sqIF50lSNVo 여기 우리들의 신학 팟캐스트 팟빵 : podbbang.com/ch/1769565 네이버 오디오클립 : audioclip.naver.com/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