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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284)
여기 우리들의 신학

H는 이번 학기 에스겔서 수업의 논문을 16장으로 해보겠다고 했다. 에스겔서 16장이 히브리어 중급 기말고사 범위였던 나는 16장을 몇 번이고 읽고 외우고 해석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H는 16장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읽어보기를 희망했다. 나는 H의 계획이 무척 반가웠다. 교수님은 16장에 등장하는 탯줄도 수습되지 않은 채 핏덩이로 버려진 여자아이를 여성 개인이 아니라 예루살렘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1~20절 본문의 히브리어 해석을 마칠 때마다 속이 울컥거려서 화장실로 달려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에스겔의 표현이 적나라해 질수록 교수님은 에스겔을 변호하셨다. “에스겔이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에스겔 16:1-20의 내용은 그러니까...하나님이 가..
말년의 양식 late style 읽고 있는 책들 중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두 권의 책에서 발견한 ‘말년의 양식’ 1.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R.S.수기르타라자 “탈식민주의적 독해의 실제 …두 번째 예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생애 마지막 무렵에 발전시키고자 노력한 개념인 ‘말년의 양식’(late style)에서 도움을 받았다. 말년의 양식은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방식에 관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한 급진적 예술가가 마지막에는 순응주의자로 혹은 그 반대로 될 수 있다. 바오로와 요한의 마지막 글에서 발견되는 모순적 해결책들을 설명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 개념을 사용해 바오로와 요한의 글을 조사할 것이다. 초기의 삶에서는 선동가였던 사람이 생의 마지..
오늘, 청어람ARMC 오수경 신임 대표에게서 (전체)메일을 받았다. 박총님의 페이스북에 조용히 ‘좋아요’를 눌렀을 때 그녀가 대표로 선임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과연 이사회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중장년 남성이 포진한 청어람 이사회를 가리키며 어려울 것이라고들 했다. 청어람ARMC 이사회는 그러나 그런 결정을 내렸다. 오수경 대표뿐 아니라 이사회의 여성 비율도 높였다 한다. 그들의 기분좋은 의외성 신선한 그리고 과감한 그리고 적절한 결정. 교회 안 가부장제는 기본 옵션이라는 주장 그 말이 옳은지도 모르겠어... 패배감이 긴 그림자를 드리울 즈음 기독교 생태계 중심에서, 그렇지 않다고 (중년)남성 중심의 기독교 조직이 아닌 다른 모습을 우리가 여기서 실험하고 있다! ..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서 “Littor”라는 잡지를 들척이다가 광고에서 발견하고는 대출해 온 책: ⟪행복한 책읽기, 김현 일기 1986-1989⟫, 문학과지성사. 이틀 정도를 읽고는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 하루에 몇 장씩...아껴가며 읽었다. 일기 형식을 갖춘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저자의 죽음이 다가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을까? (독자인 내가 그의 죽음을 지연시키고 있다.) 현대신학 수업시간에 ‘흑인신학’의 거두로 배웠던 제임스 콘의 ⟪눌린 자의 하느님⟫을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그런데 이 비평가 선생님은 번역자인 현영학 선생님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구해서 읽었다니!! (신학생 주제에 나는 현영학 선생도 모른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인문학자에게도 신학적 의미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존..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R.S.수기르타라자, 양권석, 이해청 옮김, 분도출판사, 2019 ‘성서비평’도 어려운데 ‘탈식민주의’라니...앤서니 티슬턴의 ⟪성경해석학 개론⟫에서 처음 접했을 때...이건 접근하기 어렵겠구나하고는 도전해보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티슬턴의 ⟪성경해석학 개론⟫은 정말 비추다. 가독성도 떨어지고(번역의 문제일까 아니면 티슬턴의 문제일까?) 각 해석학에 대한 소개와 평가가 그다지 공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의 책을 몇 권만 읽고나서 티슬턴의 피오렌자 해석학 소개를 읽으면 그의 성의없음과 ‘중립’을 가장한 편견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나는 수기르타라자가 누군지 모른다. 사실 이 책도 내가 능동적으로 찾은 책이라기 보다는 동네 시립도서관 신착도서 서가를 살펴보..

‘오를랑’을 알게되다: 오를랑의 테크노바디 한 여자가 수술대에 누워 있다. 때로는 여자의 등이, 때로는 여자의 얼굴이 외과의의 매스에 의해 지퍼처럼 주욱 열리고 있다. 여자는 피를 줄줄 흘리면서 큰 소리로 아르토를 읽고 있다. 수술이 끝나자 여자의 얼굴 양쪽엔 징그러운 뿔이 달려 있다. 나는 오를랑의 수술 퍼포먼스를 텅 빈 미술관에서 혼자 보다 말고, 무릎이 탁 꺾인다. 사람들은 여자의 아름다움을 칭송했다. 그러나 여자는 그 찬양의 말이 싫었다. 여자는 밥 먹고 잠 자고 화장하고, 그렇고 그런 일에 바치는 시간을 뺀 일생, 50페이지 짜리 시로 남을 수 있을지 말지 한 일생을 남의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것이 참을 수가 없었다. 문화적 상징들이 새겨지고 연출되는 무대가 된 여자의 몸, 의미 부여를 통해 박제..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로즈마리 퍼트넘 통 & 티나 페르난디스 보츠 지음, 김동진 옮김, 학이시습(출판), 2019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는 것 또는 지지한다는 것과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 사이의 간극은 아득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성서를 여성의 관점에서 읽고 해석하고 싶고, 소위 페미니스트 해석학이라는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하면서도 페미니즘에 관해서는 변변한 지식이 없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여성과 남성이 있지 않겠나. 그런 우리들을 위한 좋은 안내서가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1995년과 2000년에 ⟪페미니즘 사상⟫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원서의 다섯 번째 개정판(!)은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로 제목을 바꾸어 출간되었다. 그야말로 다양한 페미니즘의 논지..
Gametrics, 인도에서 여아를 없애는 기술을 팔다: 자본주의 이윤의 기반이 되는 sexism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도 부모들의 남아 선호는 성비 불균형(여아 1명당 남아 1.2명 출생)을 초래했다. 인도 당국은 성 선택을 목적으로 하는 산전 검사를 금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전면적으로 시행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인도에서는 딸을 키우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특히 농촌지역에서 많은 여성이 여아 살해를 계속 자행한다. 부모는 딸에게 결혼 지참금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딸이 있는 부모들의 생계를 위협할 만큼 막대하고 충분한 결혼 지참금을 가져 오지 않은 어린 신부들을 시어머니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잘 대해 주지 않으며 심지어 신체적으로 폭행하거나 태우기도 한다는 것..
우주의 방문객은 지구에 새로운 복음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이 복음에서 예수는 실제로 별 볼일 없는 존재였는데, 그보다 연줄이 좋은 많은 사람들에게 목안의 가시였다. 그럼에도 그는 다른 복음서들에서 그가 말한, 멋지면서도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 말을 모두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날 재미 삼아 그를 십자가에 못박고, 십자가를 땅에 세워두었다. 뒤탈이 있을 리가 없다. 린치를 한 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새로운 복음은 예수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풀이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죽기 직전, 하늘이 열리고 천둥과 번개가 쳤다. 하나님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아래로 울려퍼졌다.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이 부랑아를 아들로 입양..
창 25: 19-26절 리브가 이야기 19~26절 창세기 기자는 이삭의 족보를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았고(19절)”로 시작해 “리브가가 그들(에서와 야곱)을 낳았다(26절)”로 마치고 있다. 이는 어머니를 족보의 중심에 놓는 꽤 이례적 진술이다. 우리는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3절에서 앞으로 각각 ‘이스라엘’과 ‘에돔’이 될 자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 리브가에게 계시되고 맡겨지는 것이다. 이 계시는 그의 쌍둥이 출산과 야곱의 장자권 상속을 거쳐, 거의 천년 후 다윗의 시대에 이르러 완전히 성취된다(삼하 8:14). 그가 이 계시를 이삭과 공유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러나 이삭은 하나님의 계획과 달리 몰래! 에서를 장자로 축복하려한다 (창 27:1~5). 하나님의 계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