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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글/신나(신학생 나부랭이)의 글 (284)
여기 우리들의 신학
비울은 필론과 같은 동시대인이나 또는 행위에 관한 바울의 표현을 다듬어주기를 원했던 그의 해석자들과는 달리 철학 훈련을 받은 자가 아니었다. 물론 이것이 바울의 주 관심사였다는 징후도 거의 없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신자의 행위가 하나님의 우선적 행위와 어떻게 관련될 수 있는지 또는 어떻게 하나님의 우선적 행위로부터 나왔는지에 있지 않았고, 하나님의 교회들의 삶이 하나님의 비상응적인 선물에 바탕을 두고 그 선물을 반영하는지 또는 그 선물 밖에 있는 가치 체계에 의존하는지에 있었다. 그리스도-선물이 갈라디아 교회들의 삶을 형성시키는 데 있어 유일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그리스도-선물은 그 교회들에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M.G.Barclay, , 740) 그들이 익숙했던 ..
이동의 자유를 빼앗긴 후, 늘 앉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선풍기를 독차지하고 건조함과 기분 좋은 더위를 즐기기로 한다. 오늘 약속되어 있던 일들은 전화로 카톡으로 취소하고 자유를 빼앗긴 오후지만 생산성은 좀 있기를 소망한다. (자유를 빼앗기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자유의 제한은 박탈이 아니라 절제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내가 박탈당한 자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언어를 좀 더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겠다.) 갈라디아서를 다시 읽으며 내가 꽂힌 주제는 다시 “자유”. 바울이 핏대를 세우고 침을 튀키며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분명 할례를 받으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바울은 두어번 할례와 무할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율법 아래, 세상의 스토이케이아..
갈라디아서의 stoicheia tou kosmou(4:13, stoicheia in 4:9) 의미에 대한 논란을 de Boer가 정리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J.L.Martin은 de Boer의 이 주장에 대해 extraordinarily brilliant(정확한 단어는 기억 안 남)하다고 했고, M.G. Barclay도 stoicheia 논란은 de Boer가 종지부를 찍었다…? 뭐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그러니 대단히 설득력있고 중요한 주장인 것 같다. BDAG은 stoicheia를 1. 어떤 것의 기본적 구성 요소들, elements a. 자연세계의 근저에 놓인 물질들의, 기본적 요소들. 그것으로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이 만들어진, 그것으로 모든 것이 구성된: 흙, 공기, 불, 물 b. 하..
지금이야말로 미국인은 자신들의 선택한 삶의 양식이 다른 사라들과 나눌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8년 전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 의장인 고 마누엘 라레인(Manuel Larrain) 주교에게, 필요하다면 라틴아메리카로 선교사가 오지 못하게 헌신할 각오가 서 있다고 말했다. 그의 대답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우리 라틴아메리카 사람에게 선교사는 필요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만나서 교육시킬 수 있는 유일한 미국인입니다. 그들에 대해 그 정도 책임은 우리에게 있는 거죠.”...이 전쟁과 외양인 인류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겠다는 고결한 이상과 너그러운 동기에서 나온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상 뒤에 감춰진 음모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원래 계획은 다 압살되고 ..
나의 선생님은 이번 학기 종종 이반 일리치를 언급하셨다. 나는 막연히 이반 일리치가 러시아인 일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사고 회로에서는 꽤 합리적 추정인데, 톨스토이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을 썼으니까 러시아에서 흔한 이름 아닐까? 선생님이 이반 일리치를 말씀하실 때마다 소설에서 읽었던 검사였던지 공무원이였던지...커다란 집에서 소멸되듯 죽어간 이반 일리치가 떠오르는데 선생님의 이반 일리치는 분명 사상가에 가까운 것 같았다. 문제는 이 둘의 이미지가 자꾸 포개져서 혼동을 초래한다는 것. (내가 이러고 있다는 것은 물론 선생님께는 비밀이다)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어서 대출가능한 이반일리치 책을 다 꺼내놓고 째려보다가 한껏 욕심을 내려놓고(!) 네 권을 대출했다.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텍스트의 포도밭..
"20세기 중반 발아된 ‘바울에 대한 새관점’은 바울과 유대교간의 관계를 깊이 파고들었다. 패러다임은 ‘유대교에 맞선 바울’에서 ‘바울 그리고 유대교’로 전환되었다. 이 관점은 이제 ‘바울 그리고 유대교’에서 ‘유대교 안의 바울’로 전환되고 있는 중이다. ‘다시 상상하기 re-imagining’라는 벅찬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바울의 서신들은 모두 다시 번역되어야(retranslated) 한다. 단어 책들(the word books)은 모두 다르게 제시되어야 한다. 주석들은 모두 다시 쓰여져야 한다." Paula Fredriksen, “How Later contexts affect pauline context”, ⟪Jews and Christians in the First and Second Ce..
A Law-Observant Mission to Gentiles: The Background of Galatians J.Louis Martyn 아돌프 폰 하르낙 이후 ‘이방인 사역’은 the Gentile Mission, 그러니까 본질적으로 단일한 것으로 여겨져 왔단다(나도 내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1) 베드로는 유대인 사역, 바울은 이방인 사역, 누가-행전의 저자는 초대교회의 발전상을 그렇게 깔끔한 그림으로 그려놓았다(누가-행전은 저자의 의도가 강력하게 반영되어 있어서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2) 이방인 사역에 여러 가지들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하르낙이 생각지 못한 것은 그가 살고 있던 세계는 율법을 지키는 유대인과 율법에서 자유로운 그리스도인만이 있을 뿐이지 율법을 지키는 이방인 그리스..
보수 기독교의 반동성애 집단에 대한 대중적 비판, 교회 공동체가 성소수자의 존재와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며 가능한 한 교회가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 이걸 하려면 현재 한국 교회현실에서는 불이익과 손가락질, 이단 판정등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신학자와 목회자들에게 감사하다. 그러나 테드 제닝스의 말처럼 “성소수자들을 교회 또는 사회 영역에서 승인을 구하는 청원자들로 만드는 것은 ‘정상적 문화’의 성적인 가치들과 결혼 그리고 가족적 가치들이 기본적으로 옳다는 가정을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종류의 논의는 혜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손상시키고,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호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배적인 가치들과 제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개입 없이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의 핵심은 ‘네 이웃’ 보다는 ‘네 몸’에 있다. 내 몸, 즉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경험이 있어야 나의 이웃을 그와 같이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경험을 할 때 그래서 내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울리고 사랑할 때 그 때가 바로 “은혜”의 순간이다. 그 은혜로 우리는 그나마 괜찮은 존재로 살아간다. 은혜의 종교인 기독교는 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몸과 자기를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 우리를 긍정할 수 있도록, 이런 우리를 하나님이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것을 참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그 사랑을 발판삼아 진실한 이웃 사랑이 실천되고, 그렇게 단단한 사랑의 힘이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반퀴어 운동에 나서는 단체는 반동성애 집단과 탈동성애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반동성애 집단은 가장 부정적인 입장으로 ‘하느님은 동성애자를 미워한다’에 가깝고, 탈동성애 집단은 그보다는 덜 부정적인 입장인’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라’에 가깝다(72)...강렬한 구호를 외치는 반동성애 집단이 거리의 정치학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면 탈동성애 집단은 주류 개신교회의 정서와 통하는 지점이 있다....원색적으로 상대를 폄하하기보다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관용을 이야기하는 탈동성애 운동은 직접적인 감정 표출을 삼가는 중산층의 성향과도 잘 맞는다.(77) 그동안 복음주의권은 ‘동성애를 긍정하지는 않지만 동성애자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교회’를 지향하는 수준에서 퀴어 이슈를 대했다. 복음주의권은 에큐메니컬 운동과도 ..